[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개인회사’라는 표현이 있다. 뜻은 다소 모호하다. 상황에 따라 개인사업자를 의미하기도, 1인 주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엄밀히 따지면 적절한 용어는 아니다. 회사란 상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므로(상법 제169조), 회사가 아닌 개인(자연인)이 영업의 주체가 되는 개인사업자는 회사가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회사란 1인 주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개인회사라는 표현은 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일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주주가 마음대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할 때 개인회사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거기는 A의 개인회사라서 A 뜻대로 해도 된다” “A의 허락만 받으면 나머지 회사 관계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라는 식이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므로, 어느 개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대주주라면 회사의 주인은 그 개인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주주 개인의 결정과 판단에 따라 회사가 운영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고, 은연중에 사람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여긴다. 드라마를 보면 회사의 오너 일가가 회사의 주요 사항을 그들 마음대로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필자는 주변에서 그 모습이 비현실적이거나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회사의 법인격을 잘 활용하면 각종 손해배상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경비 처리를 통해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임원 선임을 통해 업무를 분배하고 책임을 한정할 수 있으므로,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소규모 자영업자라고 하더라도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규모 회사의 대주주는 대부분 사업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근로관계가 없음에도 가족을 회사의 임직원으로 채용해 급여 상당액을 받게 하거나, 회사의 임직원을 개인적인 업무에 투입하고, 심지어 가수금(임시로 받은 돈) 명목으로 회사의 자금을 인출한 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곤 한다.
회사 자산의 사적인 사용은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수사기관의 수사, 조세 당국의 조사 등에 의해 외부에 노출되면서 대주주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개인회사라고 하더라도 개인과 회사의 법인격은 분리되므로, 정당한 사유나 합리적 근거 없이 회사의 자산을 사적으로 사용하면 횡령·배임 등 형사처벌을 받거나 조세 당국의 과세처분 대상이 된다.
앞서 열거한 사례는 다소 극단적인 것으로, 최근에는 좀 더 고급스럽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회사의 자산을 활용한다. 회사의 기회·자산 등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다른 사업체를 내세워 거래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영업비밀 악용이 있다. 대주주는 대표이사 등 회사의 임원이 되어 회사의 의사결정을 하면서 영업비밀을 얻게 되는데, 이를 외부에 유출하거나 개인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 또한 대주주인 이사가 본인·배우자·자녀나 본인이 지분을 보유한 다른 사업체 등을 내세워 회사와 거래를 하고, 단가 산정이나 여러 편의를 봐주는 방법으로 본인이나 다른 사업체 등에 이익을 주기도 한다.
이 같은 일이 어찌나 많았는지 2011. 4. 14.자 개정 상법은 매우 구체적으로 내용을 규정해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을 유용하거나 자기거래 등을 통해 회사의 이익을 외부로 빼돌리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와 관련해 상법 제397조의 2 제1항은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 기회를 자기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되고, 이때 이사회 승인은 3분의 2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위 조항 각호는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거나 회사의 정보를 이용한 사업 기회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 기회를 조항의 적용을 받는 대상으로 명시했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위 제1항을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이사 및 이를 승인한 이사는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로 인해 이사 또는 제삼자가 얻은 이익은 회사의 손해로 추정된다’고 규정했다.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 즉 자기거래와 관련해 상법 제398조는 이사 본인, 친족, 지분 보유 회사 등이 자기 또는 제삼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 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으로 하고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처럼 개정 상법 조항이 자산유용, 자기거래 등을 엄격히 규정하다 보니 판례 역시 이사회 승인 등 사전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거래와 사후 이사회를 개최해 거래를 추인하려는 관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21다291712 판결은 이사 등이 자기 또는 제삼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사전에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거래는 무효이고, ‘사후’에 그 거래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인 거래가 유효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개인회사의 경우 인적 구성이 폐쇄적이므로, 회사의 사정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공시의무도 없어 외부에서 회사의 내부 문제를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법 조항이나 판례가 자산유용, 자기거래에 엄격해도 얼마 전까지는 실제로 그러한 사례를 포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 이유로는 △금융회사로부터 대출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로부터의 투자 △사모펀드 인수 등을 통해 외부 구성원이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로 인해 회사의 경영이 과거보다 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경영권 분쟁이 잦아지고, 내부 구성원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해 절차적 적법성 충족, 합리적 근거 유무 등을 따지는 논쟁이 많아졌다.
결국 대주주는 여러 편의를 위해 개인회사를 설립·운영하지만 회사 경영 과정에서 대주주가 운신하는 폭은 과거보다 좁아졌다. 이러한 흐름은 회사의 자산 유용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주주·임원 입장에서 보면 적법성 요건 충족을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고, 분쟁 예방을 위한 고민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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