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장편소설 '제5의 세계'는 희귀 질환을 앓는 두 인물이 감각의 극단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을 통해 고통과 감각, 존재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소설이다. 선천성 무통각증(CIPA)을 가진 소년 '태양'과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RPS)을 앓는 소녀 '이수'의 시선을 따라가며 고통의 양 극단 속 삶과 존엄을 이야기한다.

소설 속 태양은 통증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온 삶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상담하는 심리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반면 이수는 사소한 접촉조차 극심한 통증으로 이어지는 병을 앓으며 매일을 감각의 폭력 속에서 버텨 낸다. 이 소설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다. 고통을 모르는 자와 고통에 잠식된 자, 그 두 사람이 서로의 삶을 직시하면서 감각, 존재, 기억, 그리고 삶의 방향에 대해 되묻는다. 이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감정과 감각을 회복하고 삶의 이유를 찾는 치열한 여정이다.
작가는 희귀질환을 주인공으로 하여 상담실, 병원, 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에서의 감정을 밀도 있게 파헤친다. 과거 기억의 재구성과 현재 감정의 교차 서술로 독자를 소설 속으로 안내한다. 작가 이마엘은 다큐멘터리 조연출로 활동하며 케냐, 탄자니아 등지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현장을 기록해 왔다. 작가 역시 희귀 난치 질환으로 인해 전신 마비와 극심한 신경통을 겪으며 감각의 경계를 몸으로 통과했다. 1인 출판사 스펙토리(SPECTORY)의 첫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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