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침묵 속 작은 목소리 '기억니은디극', [D:쇼트 시네마(95)]

2024-10-28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누나로 인해 단기 베이비시터로 일하게 된 승찬(김정식 분)은 자신이 돌보는 발달장애 아동 연준의 다리에 상처를 발견한다. 자신이 못 본 사이어 넘어진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상처는 누군가에게 맞아서 생긴 상처였다.

승찬은 연준에게 상처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글을 제대로 읽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승찬에게 답을 얻을 순 없었다. 해맑게 웃거나 장난감에 몰두할 뿐이다. 승찬은 계속해서 누군가 때리거나 아프게 한다면 도움을 요청하라고 가르치는 것에 집중한다.

승찬은 다음 날 연준이 낱말카드와 자를 보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것을 알고 승찬의 다리 상처가 어떻게 생겨난 건지 짐작하게 된다.

결국 고민 끝에 승찬의 엄마에게 연준의 다리 상처에 대해 묻는다. 연준의 엄마는 "돈 받는 만큼만 하라"면서 선 넘지 말라고 경고하고 승찬의 누나는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한다.

승찬이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마지막 날, 아무리 가르쳐도 입을 떼지 않던 연준의 입에서 도로의 글자를 보고 '이응'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승찬은 연준의 손을 잡고 마지막 하교를 시작한다.

이 영화는 사회적으로 쉽게 간과되는 장애 아동들의 취약성과 그들을 둘러싼 무관심을 드러낸다. 승찬이 연준의 상처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관객은 발달장애 아동의 고통이 단지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 혹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연준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상처에 대해 표현할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승찬이 연준에게 계속해서 한글을 교육하고 도움을 요청하라는 교육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공감과 소통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연준이 "이응"이라는 발음을 통해 자그마한 의사 표현을 하게 되는 장면은 작은 희망을 전달한다.

하지만 현실의 냉혹함도 놓치지 않았다. 승찬의 누나와 연준의 어머니가 보여주는 차가운 반응은 장애인 아동이 겪는 폭력과 방치가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현실과, 승찬이 작은 힘으로나마 연준에게 도움을 주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얼마나 쉽게 무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러닝타임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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