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에 살던 청년이 죽었어요. 오늘 바로 될까요?”
난데없이 걸려온 전화는 다급한 목소리로 용건부터 들이밀었다.
3층짜리 상가 건물 맨 위층에 붙은 12평짜리 투룸이라고 했다.
구급차와 경찰차가 드나들었으니 동네에 이미 소문이 돌았겠다.
현장을 빨리 정리하고 괴괴한 소문도, 수런거리는 마음도 얼른 가라앉히고 싶은 것이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람의 죽음이 ‘당일 배송’처럼 신속처리되길 바라는 마음은 아쉽다.
“당일 작업은 어렵습니다. 거의 하루가 걸리는 일이에요.
내일 일찍부터 시작해 가급적이면 빠르게 일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주차공간 두 곳만 마련해 주세요.”
상가 건물주의 의뢰였으니 주차공간을 만들어 놓는 것이 어렵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 요청을 했다.
“네… 내일 빨리 와 주세요.
그리고 웬만하면 조용히 좀 처리해 주세요.”
“네. 최대한 조용히 하겠습니다.
그래도 짐이 반출되다 보면 어떤 업체에서 왔는지 주변에서 알 수는 있을 겁니다.
최대한 신속하게 하겠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간 건물.’ 의뢰인은 소문을 겁냈다.
불안해 하는 건물주를 여러 번에 걸쳐 안심시키고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이삿짐인 것처럼 ‘위장작업’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또 청년이 죽었다.
연말 들어 이런저런 사건사고로 나라 전체 분위기가 소란스럽고 무겁다.
뉴스는 매일같이 반갑지 않은 소식들만 떠들어댈 뿐, 그 어디에도 희망을 떠올릴 만한 소식이 없었다.
다들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간다.
그런 와중에 아무도 관심 없는 젊은이의 죽음.
최대한 조용히 ‘처리’되길 바라는 죽음.
우울한 마음이 더했다.
현장은 멀었다.
내일 아침 일찍? 과연….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바로 작업하기로 마음먹었다.
밤늦게 함께 일할 직원을 급히 찾았다.
3시간은 걸리는 길. 지금 출발하면 저녁부터 시작해 빠르면 자정 넘어야 일이 끝날 것이다.
‘빨리 와 달라’는 의뢰인의 다급한 목소리도 계속 맴돌았다.
그로서는 그야말로 ‘다급한’ 일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좀 전에 통화했던 청소업체입니다. 제가 지금 출발해 일을 시작할까 하는데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가 건물이라고 하셨으니 저녁시간이면 다들 퇴근하실 것 같아서요. 늦게까지 일해도 상관이 없겠죠?”
“네, 거주자는 그 청년뿐이었어요. 제가 세입자들한테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해 달라고 말해 볼게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아무래도 번잡하고 시끄러울 수밖에 없어서요. 이따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