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B2C와 B2B 동시 공략
국내 석화기업 '유일' 건자재 생산, B2C 도전장
인조대리석 세계 점유율 15%…2배 확대 목표
스타론·래디언스 年 100만장으로 생산량 늘려
'유통 공룡' 롯데 계열사 간 긍정적 시너지 기대
롯데케미칼이 B2B와 B2C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며 건자재 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공장에서 자사 원료를 활용해 인조대리석을 생산하면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특히, 회사는 이번 B2C 진출을 계기로 생산 규모와 점유율을 두 배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은 그룹 내 유통 인프라와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향후 B2C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노리고 있어 행보가 주목된다.
풀무원,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B2B(기업 간 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동시 공략해 높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국내 2위 석유화학 기업 롯데케미칼도 B2C와 B2B 경계를 허물고 있다. 개인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공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활로를 다양화하려는 시도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사업별 매출 비중은 올 상반기 말 기준 위 사업부 순서대로 68%, 26%, 7.9%, 4.9%다. 이 중 에틸렌(EL), 프로필렌(PL) 등을 생산하는 기초화학 부문은 중국 공급 과잉과 시황 부진이 맞물리며 2분기에 13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전체 매출의 26%가량을 담당하는 첨단소재의 성적은 꽤 준수하다. 올해 2분기 첨단소재 매출은 1조1344억원, 영업이익은 757억원을 달성했다. 2023년 4분기에도 기초소재가 16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달리, 첨단소재는 36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재무 건전성이 최우선 과제가 된 회사는 첨단소재, 그중에서도 건축자재(이하 건자재)에 주목했다. 롯데케미칼이 1993년부터 약 30년간 이어온 건자재 사업은 첨단소재 매출의 8%(2023년 매출 기준)에 불과하지만, 판매 단가가 비탄력적이어서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특히 화학사답게 원료를 자체 조달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건자재 사업을 기존 B2B 중심에서 B2C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계 공룡이라 불리는 롯데그룹만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시장 점유율 확대 등 질적, 양적 성장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사 중 유일하게 건자재를 생산한다. 여수의 기초소재 공장에서 인조대리석 원료로 쓰이는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를 공급받아 인조대리석을 제작한다. MMA는 같은 계열사인 롯데MCC에서도 받아 쓴다.
롯데케미칼의 건자재 브랜드는 인조대리석 '스타론', 엔지니어드 스톤(이스톤) '래디언스', 프리미엄 세라믹 ‘로셀린’ 등 총 3가지다. 이 중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OEM)으로 제조하는 로셀린을 제외한 스타론과 래디언스는 모두 여수공장에서 생산한다.
☞ 스타론과 이스톤 모두 인조대리석의 한 종류로, 외관상 천연 대리석과 유사하지만 원료가 다르다. 스타론은 아크릴계 수지(PMMA)와 수산화알루미늄(ATH) 등을 배합한 제품이다. 천연 대리석보다 가볍고 저렴해 주방 상판 외에도 상업 건축물 등에 쓰인다.
이스톤은 석영(Quartz) 함량이 90% 이상으로, 천연 석영을 주재료로 해 강도가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튀르키예의 이스톤 제조사인 ‘벨렌코(Belenco)’를 1250억원에 사들였다. 벨렌코는 튀르키예 3대 도시인 이즈미르에 있는 기업으로, 이스톤 부문에서 글로벌 유력 공급사다. 회사는 벨렌코 인수 후 추가 투자로 이스톤 생산 능력을 연간 44만매로 끌어올렸다.
롯데케미칼은 실내장식에 주로 쓰이는 인조대리석과 이스톤의 안전성도 입증했다. 2020년 한국표준협회(KSA)로부터 자사 인조대리석 76개 품목에 대해 '라돈안전제품인증'을 획득했다. 당시 라돈 검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던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인증을 받아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자사 건자재 제품군에 항균 소재 기술인 '에버모인(evermoin)'을 적용했다.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강력한 항균 효과를 지닌 에버모인은 식당, 병원, 공공시설 등에서 인테리어 소재로 활용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건자재 사업의 B2C 시장 진출을 계기로 생산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2배로 키울 방침이다. 특히, 이번 전략으로 후발 주자와 격차를 더욱 벌리며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케미칼은 B2B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시기에도 인조대리석에 '이중 물결 패턴' 등 기술 차별화를 도입해 중국의 추격을 막아내며 기술 장벽을 높여왔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인조대리석 '스타론'은 연간 97만매를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의 15%를 점유하고 있다. 이스톤 브랜드 '래디언스'는 증설을 통해 연간 44만매까지 생산량을 확대했지만,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B2C 사업 확장을 기점으로 인조대리석과 이스톤의 연간 생산 능력을 100만매로 끌어올려 시장 점유율을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차별화된 고부가 제품 경쟁력과 B2B에서 쌓은 노하우로 B2C 시장에서 선두로 올라서겠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판매 채널은 한정하지 않고,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도 “롯데는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계열사를 운영하는 B2C 전문 그룹으로, 롯데케미칼이 그룹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VMR(Verified Market Reports)은 글로벌 인조대리석 시장이 2023년 140억1000만달러(한화 19조3267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9.71%씩 성장해 294억달러(40조5573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엠 인텔리전스(DataM Intelligence)'도 지난해 233억달러(32조1423억원) 수준이었던 인조대리석 시장 규모가 2031년에는 350억달러(48조2825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