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기업 정보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에 비해 보안이 허술한 중소기업의 취약한 보안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뚫리면 이들과 협업하는 대기업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어 중소기업 사이버 보안에 개별기업은 물론 정부도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정보보호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보안 보안 전문 기업의 정보보호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SK쉴더스에 따르면 맞춤형 정보보호 서비스 '사이버 가드'의 이용자 수가 2019년 출시된 이후 2024년 기준 87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기준 자동차와 반도체 등 제조업 비율은 38%, 교육 및 연구개발 등 서비스업은 32%였다.
이는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인력과 예산의 부족으로 디지털 침입에 무방비 노출된 상황에서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은 구독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버가드는 백신, 방화벽과 같은 기본적인 보안 제품부터 정보 유출 관리, 랜섬웨어 예방 등 기업 환경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에스원 역시 정보보안 솔루션 '에스원SESP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향한 해킹 공격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정부 지원 예산이 급감하면서 보안 구독 서비스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상 정보보호 컨설팅과 보안솔루션을 지원하는 ICT 중소기업 정보보호 안전망 확충 예산은 올해 57억 원으로 지난 해 88억 원 대비 35.2% 감소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사이버 침해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2022년 173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중소기업 정보보호 예산은 되레 2023년 135억 원으로 줄어든 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이버 공격은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 해 랜섬웨어 감염 사고 195건 중 중소기업이 94%에 달했다.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함에도 중소기업이 정보보호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는 것은 경제적 여건 때문이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가 지난 해 전국 종사자 수 10인 이상 기업체 중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를 1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체 65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인 미만 기업 중 정보보호 정책을 보유한 곳은 전체의 48.9%에 불과했다. 반면 250명 이상 기업은 98.7%에 달했다. 정보보호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기업 10곳 중 7곳이 ’경제력 부족'을 꼽았다.
문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공격이 주로 랜섬웨어 형태로 발생하고 있어 주요 고객사인 대기업에 대한 정보까지 유출돼 대규모 해킹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규모가 작은 기업의 사이버 침해 피해가 대기업까지 확대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사는 지난 해 8월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주요 내부 문서들이 줄줄이 새어나갔다. 이 중에는 고객사인 대기업의 신차 프로젝트와 생산 계획 등 중요 정보까지 포함 돼 있었다. 타이어 제조업체 B사도 지난 해 9월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내부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고, 납품에 차질을 빚어졌다.
생활가전을 제조하는 국내 대기업 C사는 올해 2월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기술 자료가 유출됐다. 자회사 직원 PC가 랜섬웨어에 감염되면서 같은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는 C사도 피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된 자료에는 제품 견적서와 설계도면, 비밀유지계약서, 일부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해 12월에는 대기업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금속 가공제조업체 D사에 랜섬웨어 피해가 발생해 재무, 회계, 보험서류, 고객사 정보 등 내부 문서가 해커들 손에 넘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 미비로 인한 피해는 납기 지연, 수주 계약 파기, 고객사 신뢰 상실로 직결된다”라며 “사이버보안은 생산성과 직결되는 핵심 경쟁력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