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물’은 모욕 아닌데, ‘국민호텔녀’는 모욕인 이유 [이용해 변호사의 엔터Law 이슈]

2024-10-18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악성 게시물과 악플에 의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연예인 등 유명인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은 그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이나 형사 고소 등이 종종 기사화될 정도로 심각하고, 일반인도 방송 출연이나 개인방송,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면서 유사한 피해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유로운 의견표명 과정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표현들 중에서 어떤 표현들이 모욕죄로 처벌되는 것일까. 우선 모욕의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욕설을 하지 않아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이라면 ‘모욕적 표현’이 될 수 있다. “한심하다”, “형편없다”, “역겹다”는 등의 표현은 물론이고 ‘OO충’, ‘OO녀’, ‘OO레기’ 같은 신조어나 초성 표기법을 사용한 표현도 모욕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다소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면, 모욕적 표현이 아니라는 판례도 있다. 성공한 풍자와 해학은 ‘모욕’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또 법원은 ‘모욕적 표현’의 범위는 넓게 인정하는 대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를 처벌에서 제외하고 있다. 연예인처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는 인물에 대한 모욕적 표현은, 그의 공적·사회적 활동에 관한 표현인지 여부가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법원은 다소 거친 표현이더라도 ‘언플이 만든 거품’, ‘영화 폭망’, ‘퇴물’과 같이 연예인의 공적인 영역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모욕이 아니라고 본 반면, ‘국민호텔녀’와 같이 사생활을 들추어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하는 표현은 정당한 비판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았다.

특히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근거로 피해자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부분적으로’ 모욕적 표현을 한 경우에는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적 활동을 이용하여 사익을 추구하였다는 혐의로 고발되었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철면피’나 ‘파렴치’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경우, 피해자의 글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정신 나간’, ‘한심한’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경우 모욕죄로 처벌하지 않았다.

반면 피해자의 구체적인 행태에 대하여 객관적 근거를 들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근거도 없이 ‘사기꾼’, ‘정신병자’, ‘첩’ 등으로 지칭하는 등 노골적인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 ‘쓰레기’ 등과 같은 직설적인 비하 표현을 전체 글에서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그런 표현이 담긴 글을 수 차례에 걸쳐 게시한 경우는 대체로 모욕죄로 처벌되었다. 이처럼 법원은 공적 영역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가 ‘숨 쉴 공간’을 어느 정도 허용하면서도, 악의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모욕죄로 처벌함으로써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고 있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대중에 노출되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대임을 고려하면, 익명성에 기댄 모욕적 표현으로부터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는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모욕적 표현은 이를 접한 사람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는 등 그 파급효과가 막대하기에 피해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키보드와 스마트기기 저 너머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

필자소개

이용해 변호사는 서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SBS PD와 제작사 대표로서 ‘좋은 친구들’, ‘이홍렬 쇼’, ‘불새’, ‘행진’ 등 다수의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 및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팀장으로서 넷플릭스·아마존스튜디오·JTBC스튜디오 등의 프로덕션 법률 및 자문 업무를 수행해왔다. 현재 콘텐트 기업들에 법률 자문과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YH&CO의 대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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