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동부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서 2주 넘게 이어진 ‘Z세대 시위’가 결국 정권 붕괴로 이어졌다.
의회는 14일(현지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안을 전체 163석 중 130표 찬성으로 가결했다. 재적의원 3분의 2를 훌쩍 넘는 수치다. 탄핵 직후 반정부 시위에 합류한 군부는 정권 장악을 선언하며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 해산을 명령했다.

육군 엘리트 조직 캡사트(CAPSAT)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국영 라디오를 통해 “우리가 권력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캡사트 부대는 지난 11일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며 시위대 편에 서겠다고 선언한 뒤 사실상 쿠데타 주체로 부상했다. 헌병대와 경찰까지 잇따라 시위대에 합류하면서 정부 통제는 급속히 무너졌다.
이번 사태는 잦은 단수·정전에 항의하는 청년층 시위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25일 수도 안타나나리보 등 주요 도시에서 시작된 시위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내각을 해임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청년층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으며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대통령은 지난 12일 “불법 쿠데타가 시도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이틀 만에 사실상 축출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09년에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당시 대통령을 퇴진시킨 뒤 과도정부 수반으로 집권했다. 이후 2018년 대선에서 복귀해 2023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2009년 정권 교체를 도왔던 군조직 캡사트마저 등을 돌리며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하게 됐다.
아프리카 남동부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세계 최대 바닐라 생산국으로, 인구의 75%가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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