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운동 부족 비율 94.2%…전 세계 146개국 중 가장 낮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중 '고위험군'에 속한 청소년 5.2%로 높아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
할아버지가 된 이후로 손주 녀석들 덕분에 우리나라 아이들의 대통령이라는 '뽀통령'을 자주 접하고 있다. 뽀로로는 2003년에 등장해 올해 22살이 되었지만 아직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로 또 부모의 고마운 친구로 오늘도 어딘가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있을 것 같은 마냥 귀여운 캐릭터이다. 뽀로로는 펭귄을 의인화한 것으로 펭귄은 인간처럼 직립보행을 하는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이다. 유독 친근한 마음이 드는 건 그래서일까?
인간을 다른 종과 구분하는 다양한 용어들이 많이 있는데 라틴어 '지혜로운 사람'을 뜻하는 단어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직립보행하는 인류를 뜻하는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Homo faber)',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로퀜스(Homo loquens)', 현대에 이르러 디지털 인류인 '호모 디지쿠스(Homo digicus)'에서 모바일 네트워크 시대의 신인류인 '호모 모빌리언스(Homo mobilians)'에 이르기까지 인류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수십 가지에 달한다.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얻게 된 혜택으로 자유로워진 두 손, 그리고 도구를 쓸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을 손꼽는데 각종 스포츠, 댄스를 비롯한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하기에도 직립보행은 사족 보행보다 적합한 신체 구조임에 틀림이 없다.
이렇게 인간은 '활동'이라는 숙명을 타고났지만 인간에게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의 보급, 도시화로 인한 놀이 공간 부족,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적 경쟁과 학업에 대한 부담감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신체 활동을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청소년에게 매일 1시간 이상의 중·고강도 신체 활동을 권장하고 있지만 많은 청소년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신체 활동의 감소는 단순히 체력 저하와 비만 문제를 초래할 뿐 아니라 정신 건강과 전반적인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7일 '청소년 신체 활동 추이와 관련 요인'을 주제로 '2025년 국민건강 통계 플러스'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중1∼고3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체 활동 변화와 요인을 분석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학생 신체 활동 실천율(하루 60분, 주 5회 이상)은 2016년 18.8%였지만 '24년 25.1%로 6.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여학생은 같은 기간 7.0%에서 8.9%로 1.9%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학교급별로는 중학생 21.5%, 고등학생 12.9%로 입시 부담이 커질수록 신체 활동은 줄어드는 경향이 보였다.
특히 여자 청소년 중 하루에 60분 이상, 주 5일 이상 숨이 찰 정도의 신체 활동을 하는 비율은 10% 미만이었으며 매일 한 번에 최소 10분 이상을 걸었다는 여학생 비율도 겨우 절반을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전반적으로 10년 전보다는 신체 활동이 증가했지만 다른 나라 또래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심각한 운동 부족 상태라는 지적이다. 흔히 말하는 '숨쉬기 운동'만 하지 말고 진짜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2023년 한국 청소년의 신체 활동 신천율은 13.4%로 미국 고교생(46.3%)보다 32.9%포인트 낮았다. 특히 여고생은 6.6%로 미국 여고생(36.0%)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6년 조사에서도 한국 청소년의 운동 부족 비율은 94.2%로 전 세계 146개국 중 가장 낮았으며, 이는 세계 평균(81%)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치이다(미국(72%), 싱가포르(76.3%)). 재기발랄한 ‘뽀통령’은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 활동 실천율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결과는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같은 날 발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22.9%로 전년(23.1%) 대비 0.2%포인트 감소했지만 과의존 위험 청소년·유·아동의 비율은 약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스마트폰을 첫째, 일상에서 과도하게 이용하는 생활 습관이 두드러져서(현저성), 둘째, 스스로 이용을 조절할 수 없고(조절 실패), 셋째, 신체·심리·사회적 문제를 겪게 되는(문제적 결과) 상태를 의미한다. 각 정도에 따라 일반 사용자군, 잠재적 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영화·TV·동영상, 메신저, 관심사 검색, 음악 순으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반면 일반 사용자군은 메신저, 영화·TV·동영상, 뉴스 보기, 관심사 검색 순으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1~2분 안팎의 짧은 영상 콘텐츠(숏폼) 시청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숏폼 콘텐츠는 빠르게 자극을 주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늘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사 결과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중 '고위험군'에 속한 청소년은 5.2%로 이는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수치였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곧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정적인 시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청소년의 신체 활동 부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으로 현대 신인류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smartphone)'과 '호모 사피엔스’의 합성어로, 휴대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를 뜻함)라고도 부르고 있다. 활동하지 않는 인간, 걷지 않는 인간, 이러다 점차 불필요한 다리가 퇴화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펭귄에게는 앞다리 또는 지느러미처럼 보이는 날개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펭귄도 다른 새들처럼 하늘을 날았던 시대가 있었을 것이다. 수천 년 후 인간도 '걸었던 적이 있었다'고 기록에서 현재 인류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포노 사피엔스'여, 이제 다시 움직이자, 활동하자! /손연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