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대한이식학회 공동선정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
기술 있어도 실험실·영장류 없어
미국 돼지 신장 다기관 임상 눈앞
“공공성 확보한 한국형 제도 시급”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면 멈출 이유를 찾는다. ‘돈이 없어서, 시설이 없어서, 법이 없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없으니 못 한다가 아니라 ‘한다’고 해야 시작된다. 오리엔트바이오의 창고 같은 공간을 빌려 벽에 비닐 시트를 치고 형광등 아래에서 수술실로 개조했다. 되는지부터 보자는 마음으로 밀고 갔다. 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옵티팜과 같이 돼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기술이 통할까 증명하고 싶었고, 연구자들은 실험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형질전환 돼지(유전자 조작으로 면역 거부반응을 줄인 메디피그)의 신장,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전임상)해 각각 200일 이상 생존시킨 건국대병원 외과 윤익진 교수 얘기다. 그는 “사람 간 동종이식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결코 수요와 윤리적 문제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장기이식 대기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식 대기자는 4만5567명이다. 신장은 평균 7년9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매일 2~3명이 장기를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다. 윤 교수는 “미국에서 2026~2027년 이종이식 다기관 임상시험이 본격화되면 50~60명의 환자가 형질전환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는다”며 “한국이 이종이식을 국가 의료인프라로 판단하고 제도적으로 베팅해야 하는 임계점에 와있다”고 봤다. 한국의 이종이식 현주소를 윤 교수의 시선으로 정리했다.
1990년대 초는 한국에서 간, 신장 이식이 막 자리 잡을 때였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미개척 분야면 가볼 만하다 싶었다. 신장, 간, 심장 구분 없이 수술을 주도하고 보조하기도 하며 이식팀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지금도 난제인 만성 면역 거부반응에 꽂혔다. 이식면역학 연구를 병행하다 불모지인 이종이식에 뛰어들었다.
의사(MD)는 환자를 살리고 의과학자(MD-PhD)는 세상을 바꾸는 연구로 치료를 전진시킨다. 야심의 최종 수혜자는 환자다. 의과학자의 역할을 늘 강조하며 예방의학의 길을 걸었던 아버지(고 서울대 의대 윤일한 명예교수)에게 아주 잘해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다. ‘적어도 흠 잡히지 않는 사람은 되자’. 아들에게 아버지는 넘어야 할 산 같은 존재다.
꾸준함으로 기술 격차 줄여
이종이식에서 무너진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성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 때문이었다. ‘몇 년 안에 돈을 벌 거다’ ‘세계 1등이 될 거다’ 같은 생각은 현실과 부딪히면 금세 흔들린다. 잘 안 될 땐 가볍게 넘기려 애썼고, 실패에도 배울 게 있겠거니 했다. 미국·중국보다 뒤처진 것 같아도 꾸준히 하다 보니 실제로는 기술 격차가 크진 않았다. 돼지의 면역 관련 유전자를 정교하게 바꿔 사람 몸에 거부반응이 덜 나게 하는 기술은 미국이 10개 조합, 한국은 8~10개, 중국이 6~8개 수준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인프라다. 형질전환 돼지를 만들어도 실험을 이어갈 시설과 원숭이 수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원숭이 한 마리 가격은 코로나 이전보다 4배가량 뛰어 3000만원이 넘는다. 한 해 10마리 실험도 버겁다. 감염 우려로 최근엔 넉 달 이상 멈추기도 했다. 전임상 단계에서 8마리 연속 실험 시 5마리가 6개월 이상 생존하면 임상으로 가는 티켓으로 본다. 2~3년 이내에 동시다발적 실험으로 전임상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세계적 경쟁에서 뒤처진다.
알량한 연구비 좀 더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장류 수술 실험을 하려면 정말 갈 데가 없다. 사육실, 수술실, 감염통제 시스템을 갖춘 위탁시험기관(CRO)이 있어야 기술을 시험하고 데이터를 교차 검증한다. 이런 시설은 국가가 운영해야 한다. 약물과 달리 이종이식은 장기를 통째로 이식하는 만큼 생리적, 면역학적 차이가 훨씬 크다. 간극이 크다 보니 전임상과 임상을 연결하는 데에는 공공의 신뢰가 그만큼 더 뒷받침돼야 한다.
이종이식 시대에는 윤리의 기준이 달라진다. 동종이식에서는 공정한 순서가 우선하지만, 이종이식은 가격과 접근성이 윤리다. 미국식 민간 주도는 초고가 치료로 갈 수밖에 없다. 반면에 한국은 건강보험이라는 강력한 제도가 있다. 정부가 투자한 만큼 국민이 이익을 보는 구조가 한국형 이종이식 윤리이자 인프라의 방향이다.
안락함 대신 도전정신 길러야
하지만 아직 이종이식에 대한 법적·윤리적 기반이 전무하다. 이러면 연구 성과가 나와도 임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한때 잘나가던 일본도 제도 미비로 흐름이 한 번 끊기니 회복을 못 한다. 그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중국은 우리보다 늦었는데 국가가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이 이종이식 임상 진입 가속화 단계에 있는 건 ‘해볼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됐다.
이종이식은 환자와 연결된 생명공학이다. 어떤 유전 형질을 바꾸고 어떤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지 임상적 시각에서 판단하는 의과학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실험으로 확인하고, 안 되는 것은 되게 만들어 보려는 긴장감과 도전정신이 연구의 원동력이다. 요즘 젊은 의사들의 삶의 기준이 너무 안락함에 치우쳐 있어 아쉽다. 국가도 ‘창의적 연구를 해라. 세계 10위 안에 들어라’고만 외칠 뿐 기초를 다지는 환경 개선에는 뒷전이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이종이식의 기회의 창이 열릴 때 한국은 그 앞에서 서성이는 나라가 될 것이다.
![[人사이트]홍수지 오프리메드 대표 “디지털 트윈 임상 '옵티비스'로 신약개발 비용·기간 단축”](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0/31/news-p.v1.20251031.2838fabdaa5349c590870502b692c6f9_P1.jpg)


![임종 앞둔 암 환자, 광범위항생제 사용 줄여야 [Health&]](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11/03/86824377-4214-4248-8393-3f513c79510a.jpg)

![[소년중앙] 두근두근…심장이 하루 10만 번 뛰며 하는 일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11/03/ee650ba0-d395-457f-977f-58ab979a515b.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