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온 테슬라가 2022년 시장 하락기에 보유 자산의 75%를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매각에 따른 테슬라의 잠재 손실은 약 35억 달러로 추정된다. 최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회사 영업이익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24일(현지 시간) CNBC는 테슬라가 2021년 사들인 비트코인 15억 달러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약 50억 달러의 평가이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스스로를 '도지 파더'라고 칭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에 꾸준한 관심과 지지를 보여 왔다. 2021년에는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테슬라의 투자 다각화를 위해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그러나 이듬해 금리가 오르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시장이 하락하자 보유자산의 75%에 달하는 9억 3600만 달러 어치를 매도했다.
그러나 저점을 맴돌던 비트코인은 이후 날아올랐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11만 9000달러를 웃돌며 2022년 2분기 대비 약 6배 급등한 상태다. CNBC는 테슬라가 당시 보유 물량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현재 평가이익이 약 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 테슬라가 현금화한 비트코인은 현재 약 35억 달러 이상 수준이다.

테슬라는 전날 실적발표에서 지난 2분기 보유한 비트코인의 평가이익이 2억 8400만 달러라고 밝혔다. 이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총평가액은 12억 4000만 달러다. 지난해 7억 2000만 달러에서 상승한 것으로,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올해 가상자산 시장이 급등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현재 테슬라는 어느 때보다 현금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회사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42% 감소했다. 핵심 사업인 자동차 매출도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밀려 16% 줄었다.
연방 정부 정책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7500달러)가 폐지되고,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변경되는 것도 향후 사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머스크는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아마도 힘든 몇 분기를 보낼 수 있다"며 신사업인 자율주행 사업을 크게 확대하는 내년 말까지 영업 실적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0% 하락한 상태다. 앞서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 기관 구조조정을 주도했으나, 지난달 초부터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을 강하게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심한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 담긴 이 법에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등 테슬라에 불리한 정책이 다수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