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69)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4선 도전 여부를 고심 중인 정몽규 현 회장의 대항마를 자처했다.
허 전 감독은 2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흔들리고 추락하는 대한민국 축구를 되살리기 위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모두가 축구협회의 환골탈태를 바라면서도 거대한 장벽 앞에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갈등하는 현실을 지켜보며 부끄러웠다.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허 전 감독은 선수 시절 축구대표팀 핵심 멤버로 활약했으며, 에인트호번(네덜란드) 유니폼을 입고 뛰며 축구선수 해외파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은퇴 이후엔 전남, 인천 등 K리그 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참여해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이후 축구협회 부회장,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등을 맡아 행정 경험을 쌓았다.
허 전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 하다”면서 “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 방식 때문에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결책으로는 ^동행 ^공정 ^균형 ^투명 ^육성의 네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열린 경영과 활발한 소통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17개 시·도협회에 책임과 권한을 이양하고, 공정한 지도자 및 선수 선발 시스템을 구축하고, 꿈나무와 여자축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참여한 허 전 감독은 16강 진출의 갈림길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부수고 타고 온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배수진을 의미)’라는 고사성어로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앞두고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도 쪼아주며 도와야 한다는 뜻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도와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다.
정몽규 현 회장이 4선 도전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허 전 감독은 내년 1월8일에 열리는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가 됐다. 허 전 감독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 회장은 선거에 나서더라도 단독 입후보에 따른 무투표 당선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축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출마 여부를 두고 마지막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면서 “허 전 감독 이외에도 복수 인사들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이다.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은 다음달 25일부터 사흘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