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KT가 '재무통' 김영섭 대표 주도 하에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나선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성장을 위한 발판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 대표의 임기가 약 1년 남은 만큼,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성공이 연임의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KT의 기업 가치는 지속 상승 중이다. 김 대표는 2023년 8월 정치적 외풍으로 혼란스러운 사내 분위기를 다독이는 중책을 안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김 대표가 KT 수장으로 적합하다는 업계 내 의견이 주를 이뤘다. 유·무선 사업 성장세가 둔화된 시장 속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였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온 배경은 LG그룹 재직 당시의 성과 덕분이다. 김 대표는 LG그룹 재직시절 △LG구조조정본부 △LG유플러스 CFO △LG CNS CFO △LG CNS 대표 등 굵직한 직책을 경험하며, '재무통'으로 평가 받았다. 특히 LG CNS 대표 시절에는 DX·클라우드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KT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도 재무통으로의 역량을 과감하게 선보였다. 김 대표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AI 사업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NFT(대체불가토큰), 중고폰 매입, 메타버스 등의 사업이 정리됐다. 최근에는 수익성이 높은 호텔 매각도 진행하겠다고 밝혀 이목을 끈다.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비용 확보 차원에서 인력개편을 통해 곳간도 든든히 채웠다. 전체 임직원 20%를 대상으로 전출·희망퇴직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간 3000억 원 수준의 인건비를 아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빅테크와 협력을 통해 경영공백을 최소화시켰다. IT 사업은 시시각각 트렌드가 변화하는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KT는 AI 사업에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정치적 외풍으로 경영공백이 발생했다. 일찍이 AI 기술 개발에 투자한 덕에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믿음'을 출시했지만 시장을 선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대표는 MS와 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높은 원천 기술력을 지닌 MS에 자사의 통신 역량을 결합시키는 작업으로 트렌드를 선도 중이다.
김 대표의 주도하에 KT 주가도 회복했다. 정치 리스크 발생 이후, KT의 주가는 3만 원 미만까지 감소했지만 현재 4만8450원 까지 증가했다.
◆ 올해 주가 부양에 총력…키포인트는 실적·환원
김영섭 대표가 취임 이후 보여준 행보는 신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올해부터 그 동안 준비해온 사업에 대한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김 대표의 임기가 약 1년 남은 만큼, 고무적인 성과가 발생돼야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KT가 기업가치 성장을 위해 내세운 전략은 두 가지다.
먼저 주가 성장세를 이어가는 작업이다. 지난해 사업 정리와 인력개편 작업으로 확보한 곳간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실적 개선 덕분에 주주이익환원 규모도 폭증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KT의 올해 주주이익환원 규모가 95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통신업계 주식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B2B(기업간 거래) AI 사업 수익발생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지난해에 이어 MS와 함께 다양한 솔루션 출시를 예고했다. 김 대표도 올해 신년사에서 "MS와 협업을 B2B(기업간거래)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1분기에는 MS와 AX 딜리버리 전문센터를 신설한다. 아 집단은 양사의 인재로 구성됐으며, AX역량을 강화한다.
2분기에는 한국형 AI 모델을 출시한다. KT의 모델 '믿음'과 MS의 기술을 결합해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한 AI를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 기업 등 외부와의 협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증권가도 KT의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홍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조직 개편 효과로 인건비가 급감했고 아파트 분양 이익 등으로 인해 올해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주주이익환원 규모가 많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KT가 통신 업종 시가총액 1위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커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