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스퀘어의 자회사 11번가가 적자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4개월 연속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력 구조조정과 사옥 이전, 사업 재편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와 매각 지연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경영 정상화를 향한 길이 험난한 모습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매달 희망퇴직을 받으며 입사 1년 이상 직원들에게 최대 6개월 치 급여와 커리어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올해만 벌써 네 차례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이다.
회사 측은 "수익성 중심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매각을 염두에 둔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번가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 서울역 인근 사옥을 임대료가 저렴한 경기 광명으로 이전했으며 직매입 중심의 리테일 사업 비중을 줄이고 수수료 기반 오픈마켓 사업에 집중하는 등 사업 구조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순손실도 40% 이상 감소하는 등 손실 폭 축소에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매출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상반기 매출은 224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7% 감소했으며 지난해 연간 매출도 5618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35% 줄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매출 규모가 경쟁력의 핵심인 점을 고려하면 외형 축소는 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11번가는 하반기 마트와 생필품 등 핵심 카테고리에 대규모 프로모션을 집중하는 한편 무료 멤버십 '11번가플러스'를 통해 고객 유입을 늘리고 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을 주 7일 체제로 확대하며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러나 11번가의 가장 큰 부담은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2023년 기업공개(IPO) 실패 이후 재무적 투자자(FI)의 주도로 매각이 추진되고 있으나 2년 가까이 원매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리바바, 오아시스마켓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실제 인수로 이어지지 않았다. SK스퀘어는 올해 4분기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희망퇴직과 비용 절감 노력을 지속하며 오픈마켓 부문에서 월 단위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수익성 개선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