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지중해식 식단’을 6주간 실천한 여성의 허리둘레가 5㎝ 감소했다. 무엇보다 운동이나 생활방식 개선 없이 식단만 바꿨을 뿐인데 여성의 오랜 고민이던 변비가 사라지고 혈압도 낮아졌다.
지중해식 식단은 포화지방이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재료로 구성한 식단으로, 국내에서도 체중 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관심을 계기로 서울에서도 ‘지중해식 식단’을 경험할 수 있는 행사도 열리고 있다.
◆식사량 늘었지만 허리둘레는 감소=최근 영국 매체 더선은 식단 변화로 건강하고 날씬해진 런던의 여성 사진작가 올리비아 그라보스키 웨스트(46)의 사연을 소개했다.
해외 출장이 많아 운동할 시간이 없는 올리비아는 혈압이 최고 143mmHg, 최저 108mmHg로 높은 편이었다. 그는 스스로도 몸이 무겁고 자주 졸리다는 걸 느꼈다. 특히 허리둘레가 106㎝에 달했던 그는 건강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식단을 바꾸기로 했다.
평소 ▲도넛 혹은 페이스트리 빵(아침) ▲샌드위치(점심) ▲스파게티나 카레 등 직접 만든 음식(저녁) ▲탄산음료(간식) 등의 식사를 했지만, 6주간은 ▲통곡물 ▲채소 ▲해산물 ▲올리브유 ▲요거트 위주로 구성했다. 간식을 먹고 싶을 때는 피망 튀김 등을 즐겼다.
식단을 바꾸자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혈압이 최고 120mmHg, 최저 93mmHg로 내려갔고, 평소 고민이던 변비도 해결됐다. 허리둘레는 101㎝로 이전보다 5㎝가 줄었다. 무엇보다 이런 변화가 식사량을 이전보다 늘렸음에도 나타났다는 점에서 ‘식단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올리비아는 “전반적으로 몸에 에너지가 많아지고 활기찬 느낌”이라며 “피부도 깨끗해지고 더 밝아졌다”고 전했다.
지중해식 식단의 장점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이탈리아 움베르토 베로네시 재단에 따르면 성인 암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1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암 환자들이 지중해식 식단을 엄격히 따를 경우 조기 사망 위험이 32% 낮아졌다.
◆지중해식 식단은=신선한 과일과 채소·통곡물·씨앗·견과류·콩류·올리브유가 주재료가 된다. 특히 채소는 매끼 두 접시 정도 먹고, 지방은 버터나 마가린 대신 카놀라유·올리브유로 섭취해야 한다. 올리브유는 매일 1큰술씩 먹거나 샐러드드레싱으로 활용해도 된다.
유제품과 저지방 단백질은 매일 소량 섭취하고 생선과 해산물은 일주일에 최소 2회 이상 먹어야 한다. 붉은 육류 대신 생선, 동물성 식품보다는 식물성 식품을 위주로 먹는 게 핵심이다. 생선은 연어·참치·정어리·고등어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것이 좋다.
또 가공식품과 설탕이 많은 음료는 줄이는 것이 권장된다. 따라서 커피를 마실 때는 설탕이나 시럽을 넣지 않은 블랙커피가 좋다.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빵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통곡물로 만든 빵은 건강에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통곡물빵이라도 혈당지수가 높아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지중해식 식단으로 구성한 하루 식사는 ▲아침 - 두부스크램블, 토마토, 시금치무침 ▲점심 - 참치와 채소, 참기름을 섞은 참치샐러드 ▲저녁 - 닭다리구이, 고구마, 콩나물무침 ▲간식 - 견과류, 신선한 과일, 김밥 한 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식단은 개인의 취향과 건강 상태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서울에서 맛보는 ‘지중해식 식단’=서울에서 제대로 된 ‘지중해식 식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이 24일까지 ‘지중해 식단과 요리의 뿌리: 건강과 전통’을 주제로 ‘제9회 세계 이탈리아 음식 주간’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주빈은 이탈리아 미식의 고장이자 지중해식 식단의 중심지인 ‘풀리아주’다. 풀리아주는 이탈리아 식품 산업의 중심지로 올리브 오일과 와인 산지로 유명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탈리아 출신 유명 셰프들이 현지 음식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풀리아주 출신 미슐랭 스타 셰프인 크리스티나 바워만은 22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주관 ‘갈라 디너’에서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풀리아 전통 메뉴를 선보인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이탈리아 홍보관 ‘하이 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도 이탈리아 요리 시식, 마스터 클래스, 요리 세미나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이탈리아의 천년 요리 유산에 뿌리를 둔 지중해 식단을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