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3건에 28명 사망·실종…'사람 잡는' 원거리 조업에 어민들 '공포'

2025-02-09

지난해 정부가 어선 안전 관리 대책을 내놓았지만, 어선 사고에 따른 사망·실종자 규모가 세월호 참사 후 가장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전남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139t급 저인망 어선인 제22서경호(승선원 14명)가 이날 오전 1시41분쯤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침몰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구조된 선원의 국적은 한국인 4명과 외국인(인도네시아인 2명·베트남인 2명) 4명이다. 선장 A씨(66)를 포함한 한국인 선원 4명은 모두 숨졌고, 외국인 4명은 사고 당시 구명 뗏목에 탑승한 상태로 발견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8일에는 제주 비양도 해역에서 135금성호가 전복돼 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일 제주 하도리 인근 앞바다에서 심광호와 33만선 호가 좌초돼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어선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어선 전복과 침몰, 충돌 등으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119명에 달한다. 1년 전인 2023년(78명)에 비해 41명(52%) 급증했다. 어선 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세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며, 세월호 참사가 난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정부는 지난해 3월에만 어선 사고 5건이 발생해 18명의 인명피해(사망 11·실종 7)가 발생하자 ‘어선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5월 발표된 대책은 “맞춤형 어선안전 관리로 전복·침몰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지난해 11월, 해수부는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한다는 지침도 내렸다.

하지만 잇따른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어선 사고 피해가 속출한 것은 가을·겨울철에 원거리 조업이 집중된 결과로 분석된다. 가을·겨울에는 갑작스러운 기상악화와 낮은 수온 등이 맞물려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사고 당시 인근 해역의 최대 파고는 2.3m, 풍속은 시속 34.9㎞ 수준으로 강풍주의보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원거리 조업이 많아지는 것은 갈치와 병어·장어 등 원거리 어종이 겨울철에 주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제22서경호도 갈치와 병어 조업에 나섰다가 사고가 났다.

겨울철 대표 어종인 갈치는 난대성 어종이어서 따뜻한 바다를 찾아 동중국 해상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어선들은 육지에서 500㎞가량 떨어진 해상까지 나가 조업을 한다. 해경은 통상 국제법상 영해인 육지에서 12해리(22㎞)를 벗어난 경우를 원거리 조업으로 본다.

먼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연근해보다 구조작업도 어려워 인명 피해가 더 커진다. 이날 침몰한 제22서경호도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사고가 났다. 여수해양경찰서를 기준으로 할 경우 육지에서 75㎞가량 떨어져 있다. 해경 함정이 시간당 최대 50㎞ 정도로 이동해도 1시간30분가량 걸리는 거리다.

겨울철 조업의 위험성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국내 선박 사고 100척당 인명 피해율(사망 및 실종) 분석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사고 선박 100척당 인명 피해율은 겨울(12~2월)이 4.8%에 달한다. 봄(3.4%), 여름(2.2%), 가을(3.1%)보다 월등히 높다.

해경 관계자는 “한해 2000건에 달하는 바다 사고는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부터 인적 과실까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강한 풍랑과 폭설, 한파 등이 잦기 때문에 조업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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