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아우토반(고속도로).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 S클래스 580e의 운전대 버튼을 누르자 하얀색 빛이 밝은 파랑으로 바뀌며 레벨3(부분자율주행), 드라이브 파일럿 기능으로 스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 무제한인 옆 1차로로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쏜살같이 지나가자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 정확히 표시됐다. S클래스가 운전자에 ‘잘 보고 있다’고 알리는 듯했다. 라이다와 초음파 센서, 레이더, 카메라 등 35개 이상의 센서로 구동되는 드라이브 파일럿 기능에 대한 신뢰감도 덩달아 상승했다.
동승한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독일 법령에 따라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손을 떼고 챗GPT와 연동되는 음성 인식 기능으로 인터넷 검색을 요청했다. 12.8인치의 디스플레이에 웹 브라우저가 떴고 운전석에서 e메일을 확인하는 여유도 부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기판에 갑자기 ‘운전대를 잡으라’는 빨간색 경고 문구가 표시됐다. 도로 주변에 설치된 라바콘을 인식한 S클래스가 운전자에게 현재 구간이 공사 중이라는 사실을 전한 것이다. 공사 구간이 끝나자 운전대는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의미의 하얀색 빛이 나타났다. 이처럼 S클래스는 100㎞ 구간 동안 드라이브 파일럿을 활용해 안정감 있는 자율주행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틸만 슈타디어 S클래스 제품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드라이브 파일럿 기술은 혁신과 더불어 안전이 핵심 기능”이라며 “35개가 넘는 센서로 달리는 S클래스의 드라이브 파일럿이 꺼지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에서 가장 먼저 고속도로 레벨3 운행 허가를 받았다. 독일 규제 내 최고 속도인 시속 95㎞까지 달릴 수 있는 유일한 회사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국의 레벨3 규제가 풀리는 즉시 이 기능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 담당자는 “한국 고객을 위한 별도의 S클래스 팀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라며 “드라이브 파일럿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면밀한 테스트를 거쳐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의 경우 생산 과정까지 혁신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철학을 담았다고 전했다. S클래스가 생산되는 독일 진델핑겐의 팩토리56은 옥상 공간의 40%를 녹지화했다. 또 1만 2000개에 달하는 태양광 모듈 발전으로 공장 필요 전력의 30%를 조달한다. 사라 길렌 생산 총괄·매니저는 “팩토리56은 (자동차 공장들 중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라며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모토로 삼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