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매력” 백종원 홀렸다, 달인의 엉덩이로 만든 국수

2024-11-13

홍콩백끼

홍콩백끼 오늘의 주제는 ‘면 성애자를 위한 홍콩 투어 가이드’다. 한국에도 ‘면부심(면에 관한 자부심)’ 충만한 ‘면 중독자’가 줄을 서지만, 밥상에서 국수가 밥을 이기는 경우는 드물다. 홍콩의 면부심은 클래스가 다르다. 혹시 아시는지. 홍콩 국숫집에서 주문할 때 내가 원하는 면을 고를 수 있다는 사실을. 주는 대로 먹기만 했던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경지다.

홍콩의 차원 다른 면 요리 앞에서 한국 아재의 면부심은 보기 좋게 나가떨어졌다. 판판이 깨졌던 기록을 차례로 열거한다. 제일 먼저 완탄민(雲呑麵·완탕면). 홍콩 완탄민은 한국 완탕면과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면부터, 아니 면을 만드는 재료부터 달랐다. 완탄민은 딴민(蛋麵)을 쓴다. 딴민, 오리알을 넣어 반죽한 국수다. 그래야 면발의 고들고들함이 산다고 한다. 홍콩 완탄민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 고무처럼 질겼다. 잘근잘근 씹어야 겨우 넘길 수 있었다. “홍콩에서 넘어온 비법을 썼다”던 서울의 완탕면은 하나같이 술술 넘어갔었다. 여태 속고 살았던, 아니 속고 먹었던 세월이 억울해 ‘원조 완탕면’을 원 없이 먹고 다녔다.

홍콩 완탄민은 만두, 그러니까 완탄(새우교자)도 한국의 완탕과 달랐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두부처럼 보드라웠다. 단단한 국수를 꼭꼭 씹어 넘기다가 입 안에서 야들야들한 완탄을 만났던 순간을, 그 충격 같았던 식감을 기억한다. 그때 비로소 이해했다. 기껏해야 만두 따위에 ‘구름(雲)을 삼키다(呑)’라는 뜻의 거창한 이름 ‘완탄(雲呑)’을 바친 이유를. 박찬일 셰프는 한술 더 떴다. 한 줄 평을 부탁하자 당나라 시인이라도 된 양 시를 지었다. “완탄의 얇은 피가 어린 새의 날개처럼 부드럽구나.”

우육면(牛肉麵)도 우리가 아는 그 우육면이 아니었다. 홍콩 우육면은 무엇보다 이름이 달랐다. ‘牛肉麵’이 아니라 ‘牛腩麵’이었다. 광둥어로는 ‘아우람민’. 왜 이름이 다를까. 우육면에 들어가는 고기가 달라서다. 홍콩에서는 소고기 부위 중에서도 양지(腩)를 주재료로 쓴다. 홍콩 우육면은 ‘소고기 국수’가 아니라 ‘소 양지 국수’다.

홍콩 사람도 라면 없이는 못 산다. 우리에게 라면은 밤마다 시험에 들게 하는 공포의 야식거리지만, 홍콩에서는 아침에 더 자주 먹는다. 홍콩의 서민 식당 차찬텡(茶餐廳)에서 제일 흔한 메뉴 중 하나가 라면, 즉 공짜이민(公仔麵)이다. 홍콩 라면은 차라리 화려하다. 토마토를 넣은 라면 ‘판케민(蕃茄牛麵)’, 돼지갈비 덩어리 얹은 라면 ‘쭈파민(豬扒麵)’ 등 한국에선 상상도 못한 라면이 허다하다. 홍콩백끼 6회 ‘차찬텡’ 편에서 판케민과 쭈파민을 소개했었고, 오늘은 돼지 간 라면 ‘쭈연민(豬潤麵)’을 공개한다. 맞다, 모둠순대 시키면 나오는 삶은 돼지 간. 그 돼지 간을 푸짐하게 얹은 라면이다.

이상이 홍콩에서 참패한 국수 대첩 결과다. 완탄민·우육면·라면 모두 한국인에게 뻔한 음식이라지만, 홍콩 스타일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홍콩 국수 대첩의 세부 기록이 궁금하시면, 아래 구독 버튼을 누르시라. 홍콩을 대표하는 면 요리집 6곳에 관한 상세 정보가 다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