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2023시즌 NC에서 뛰었던 선발 투수 에릭 페디는 10월16일 광주 KIA전 초반 이닝 교대 시간을 이용해 야수들을 더그아웃에 불러 모았다. 당시 NC는 정규리그 막판까지 SSG, 두산 등과 치열한 3위 싸움을 하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높아야 하는 경기에서 야수들이 연이어 실책을 저지르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이를 풀어보려고 직접 나선 것이다. 2023시즌 NC 에이스로 활약한 페디는 30경기 20승6패 평균자책 2.00의 성적을 거둬 그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페디라는 걸출한 선발 투수를 보유한 NC는 당시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8일 KIA-한화전이 열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도 한화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1)가 경기 중 동료들을 한데 모았다. 개막전 승리 후 4연패에 빠진 한화는 이날 ‘1승’이 간절했다. 특히나 신구장 첫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이날도 빈타에 허덕이며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뽑지 못했다. 4회까지 1실점으로 KIA 타선을 막던 폰세는 5회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 들어가며 야수들에게 모이라고 손짓한 뒤 통역을 거쳐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태연은 “점수 내면 된다고, 다 같이 힘내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폰세부터 혼신의 투구를 이어갔다. 7이닝 간 105구를 던진 폰세는 7안타 1볼넷 8삼진 2실점 호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야수들도 덩달아 힘을 냈다. 0-2로 끌려가던 7회 2사에서 김태연이 전상현을 상대로 추격포를 터트렸다. 이후 임종찬과 이진영이 연속 볼넷을 골랐고, 문현빈이 바뀐 투수 곽도규에게 다시 한번 볼넷을 얻었다.
2사 만루에서 황영묵과 최인호가 볼넷, 몸에 맞는 볼로 동점에 역전까지 성공한 뒤 계속된 만루에서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다시 바뀐 투수 이준영을 상대로 2타점 적시 2루타를 쳐 격차를 더 벌렸다. 8회 2점을 더 추가한 한화는 7-2 역전승을 거뒀다. 폰세는 신구장 첫 승리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폰세는 경기 후 “홈 개막전에 선발로 던질 수 있는 것도 영광인데, 새로운 구장에서 열린 첫 공식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는 점이 정말 기쁘다”며 “모두 한마음으로 이기고자 했던 동료들의 힘”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5회가 끝난 뒤 ‘너희들을 믿는다. 1점만 뽑으면 잘 풀릴 수 있으니 힘내자’고 야수들에게 이야기했다”며 “동료들이 점수를 많이 내준 덕분에 승리투수가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신구장에서 열린 홈 개막전엔 1만7000명 만원 관중이 몰렸다. 폰세는 “무엇보다 한화 팬 여러분의 엄청난 열정을 확인한 경기였다. 팬들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며 “앞으로도 이 함성을 받을 수 있도록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