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새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의 성능이 챗GPT를 비롯한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생성형 AI 패권을 둘러싼 빅테크 경쟁 구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제미나이3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닌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칩으로 주로 학습돼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전장보다 5% 넘게 급등해 장중 최고 315달러 선까지 올랐다. 이날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3조8200억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3조5100억달러)를 제치며 3위에 올라섰다.
알파벳 주가 급등은 단연 제미나이3의 성능 덕이다. 앞서 지난 18일 공개된 ‘제미나이3 프로’를 두고 업계에선 “챗GPT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읽는 것을 넘어서 분위기를 읽는다”고 구글이 자평할 만큼, 뛰어난 추론 능력을 자랑한다. 가장 까다로운 AI 성능지표 중 하나인 ‘인류의 마지막 시험’에서 외부 도구 없이 정답률 37.5%를 기록해 챗GPT(26.5%)를 가볍게 따돌렸다. AI 기반 고객관리 플랫폼 ‘세일스포스’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는 엑스에 “3년간 매일 챗GPT를 써왔는데 제미나이3를 2시간 써보니 다시 돌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세상이 또 한번 바뀐 것 같다”고 평가했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실리콘밸리 테크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샘 올트먼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구글의 진전”으로 인해 “잠시 외부 분위기가 거칠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비공개 메모를 전달했다. 제미나이3의 성능을 인정한 셈이다.
구글이 GPU가 아닌 자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로 이러한 성과를 이뤄낸 점도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현재 AI 모델 대다수는 GPU에 의존해 학습하고 있는데 구매비와 유지·운영비가 클 뿐 아니라, 사실상 GPU 시장을 지배하는 엔비디아의 공급 일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상당한 부담이었다. 제미나이3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구글의 7세대 TPU에는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진다. TPU 생태계가 커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HBM 제조사는 공급망 다변화와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구글의 도약을 두고 ‘왕의 귀환’이란 평가도 나온다. 애초 구글은 AI 석학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끄는 연구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2014년 인수하고 2016년엔 인류 최고 바둑기사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를 선보여 AI 시대를 이끌어갈 것으로 여겨졌다. GPT 등 대다수 거대 AI 모델의 기반 기술이 된 ‘트랜스포머’를 개발해 논문으로 공개한 곳도 구글이다.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등이 2015년 오픈AI를 만든 것은 ‘구글 같은 폐쇄적 영리 기업에만 AI를 맡길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업계의 예상과 다르게 구글은 오픈AI의 챗GPT에 주도권을 내줬다. 챗GPT의 대항마로 서둘러 ‘바드(Bard)’를 내놓았지만 공개 행사에서 잘못된 답변을 내놔 주가가 내려앉는 부침도 겪었다. 구글은 바드의 이름을 제미나이로 바꾸고 내부 AI 기능을 딥마인드 중심으로 재편하는 대수술을 거쳐 대중적인 AI 서비스을 내놓는 ‘반격’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AI 모델(제미나이), AI 칩(TPU), 클라우드 인프라, AI 배포 플랫폼(구글 검색엔진) 등 전 과정을 구글 자체 기술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단발성으로 보기 힘들다. 업계에서 “최종 승자는 결국 구글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구글이 찾아낸 ‘돌파구’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특히 구글이 일으키는 ‘GPU 독주 균열’이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AI플랫폼혁신국장은 “구글은 며칠 전 GPU가 아닌 TPU에서 효율이 클 것으로 보이는 중첩학습(Nested learning) 기술을 제시했고, 이 기술은 2017년 등장한 트랜스포머만큼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면서 “이 학습은 구조상 한국의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는 GPU 26만장 이외에도 AI칩 다변화를 꾀해야 하며, AI 기술 진화가 매우 빠른 만큼 공공에서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 구성, 예산 편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석빈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는 “구글이 풀스택(AI 개발과 서비스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술)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 시시하는 바가 크다”면서 “한국은 ‘기업 간 동맹’ 같은 것을 결성해 풀스택 역량을 확보할 방안을 모색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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