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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1세대 기업인 차바이오텍이 미래 대비를 위한 유상증자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25일 차바이오텍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에만 세 차례에 걸쳐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다. 지난 21일 일반투자자 대상 IR을 진행한데 이어 오는 26일과 28일에는 각각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
설명회의 목적은 경영 진행 현황과 R&D 진행 경과를 설명하여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주주들과의 소통이 미흡했다고 판단한 회사 측이 재차 설명회를 열게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 21일 열린 IR 행사에서는 소액주주연대가 불참을 선언했다. 기관투자자와 기자 등 약 20명 정도만 현장에 참석했다. 주주연대는 이번 IR 행사에도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바이오텍 IR 담당자는 "유증 금액이 크고, 이슈도 있어서 최대한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다"며 "충분히 질의응답을 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12월 20일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 발표 이후부터 주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유증 규모와 조달 자금의 주요 사용 목적을 두고 회사와 소액주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감독원은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하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당초 3월로 예정된 구주주 청약과 일반공모 일정은 한 달가량 밀리게 됐다.
주가도 내림세다. 차바이오텍은 지난 21일 시행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 개정안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유상증자 공시 이후 첫 거래일인 12월 23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27% 급락하며 1만510원에 마감했다. 두 달 만인 이달 24일엔 1만1750원에 마감되며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차바이오텍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시설자금, 운영자금,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등에 쓸 예정이다.
1순위는 차헬스케어 및 마티카홀딩스 출자자금이다. 회사는 여기에 총 1100억원을 배정했으며 이 중 900억원은 차헬스케어 상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차헬스케어는 해외에 자본을 투자해 병원을 직접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차바이오텍의 자회사다. 현재 미국, 호주 등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회사의 전체 매출 70%를 책임지고 있다.
주주들은 주주에게 이득이 전혀 없는 결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전체 유증 규모도 큰데, 자회사에 너무 많은 자금을 쏟는다는 게 주주들 입장이다. 만약 차헬스케어 사업 지원을 위해 모회사가 추가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주주들이 얻는 이익은 없고, 오히려 모회사의 재무부담만 커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회사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차헬스케어의 상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차바이오텍 IR 담당자는 "애초에 차헬스케어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상장을 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이미 투자를 한 상황"이라며 "상장을 하지 않으면 차바이오텍은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차헬스케어 상장시 모회사 지분은 70% 이상까지 올라가게 된다. 올라간 지분만큼 구주를 매각하면 차바이오텍이 손해 보는 부분은 전혀 없고, 주식평가액도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며 "(차헬스케어에) 투자금이 더 들어가지 않도록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R&D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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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첨생법 수혜를 본격화하기 위해 조달 자금 중 1000억원을 R&D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약 74억원을 연구개발비에 썼지만, 올해부터는 200억원 이상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500억원 이상을 R&D에 쓴다는 방침이다.
앞선 관계자는 "주주환원이 부족한 부분은 바이오텍의 고질적 문제다. R&D 성과가 금방 나오는 것이 아니고, 이익잉여금도 없어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의 역할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특히 차바이오텍은 1세대 기업이다 보니 오랜 기간 투자한 주주들의 실망이 컸으리라 본다. 연말이라는 시기적인 상황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회사 입장에선 R&D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조직도 새로 꾸렸고, 전문가도 영입했다. 이번 유증은 지금이 투자를 하기에 가장 적기일 수 있다는 경영적 판단이 적용된 것"이라며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향후 3년간 추가 조달 없이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