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휴대폰 사용 막는 게 학생 인권 보호하는 길”

2024-10-03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 조현섭 - 청소년 스마트폰·SNS 중독 경고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10대 계정을 비공개 전환하기로 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딥 페이크 음란물 피해가 확산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미성년자의 스마트폰과 SNS 이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학교 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세 미만 아동의 SNS 가입을 제한하는 법률 개정안을 냈다. 일각에선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과도한 규제라는 반론이 나온다.

스마트폰 중독이 음란물·도박·마약 중독 등으로 이어져

휴대폰 사용 둘러싼 갈등으로 부모-자녀 폭력사태까지

SNS·영상 중독으로 책 외면, 아이들 생각이 자라지 않아

유해정보 차단하고 사용시간 통제하는 ‘청소년 폰’ 필요

청소년의 휴대폰과 인터넷 중독 실태를 연구해온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3일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음란물·도박 중독으로 이어지고 있어 규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심리학회 회장을 지낸 조 교수는 1990년부터 34년간 중독·자살 관련 상담을 해온 우리나라 중독 상담의 산증인이다. 조현병 환자 집단 상담을 시작으로 휴대폰·인터넷 중독까지 다양한 사례를 분석해왔다. 조 교수는 “학교 내 스마트폰을 규제하는 게 학생들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9세 이하 영유야 25%가 휴대폰 중독

청소년의 휴대폰이나 SNS 사용 제한이 필요한가.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학교에서 이게 옆에 있으면 집중을 못 한다. 내 수업 듣는 대학생들에게 스마트폰 보면 F 학점을 준다고 했다. 따지는 학생이 없을지 궁금했는데 잘 지킨다. 더욱이 청소년은 자극에 민감하고 영향을 많이 받는다.”

휴대폰 중독이 어느 정도인가.

“최근 조사에서 3~9세 영유아가 25% 정도고 청소년이 40%, 성인은 23% 정도가 나왔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나.

“사례를 하나 들겠다. 중2 남학생이 어머니가 SNS를 못 하게 하니까 어머니의 목을 졸라서 사망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 다음날 모자가 상담 센터에 왔는데 그때도 목에 자국이 뚜렷할 정도였다. 어머니는 ‘같이 살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중학생이 그랬다니 안 믿어진다.

“초등 5년 여학생이 스마트폰을 못 보게 빼앗는 엄마의 머리채를 잡고 넘어뜨려 침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큰 화를 입을 뻔한 사례도 있다. 아이의 스마트폰 집착에 화가 난 부모는 휴대폰을 빼앗기도 하는데 이때 아이가 부모에게 욕설하는 일은 흔하고 물건을 부수거나 육탄전을 벌여 부모가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모가 때리는 경우도 많겠다.

“아버지가 중3 딸을 몇백 대 때린 사례도 봤다. 딸 종아리에 피멍이 들었다.”

다들 휴대폰을 많이 보는데, 중독의 기준이 뭔가.

“일상적인 사용은 문제가 없다. 중독의 특성은 강박적이고 내성이 생긴다. 늘 생각나고 사용 시간과 양이 늘어난다. 금단 증상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아이에게 스마트폰 주는 게 중독 지름길

요즘 사회문제인 딥 페이크도 중독과 관련이 있나.

“그렇다. 스마트폰 중독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음란물 중독이다. 2012년부터 서울 강서구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관련 상담을 했는데 아이들이 하루에 음란물을 몇 시간씩 본다고 했다. 아이들이 SNS에서 기본적으로 접하는 게 음란물이다.”

그런다고 범죄를 하나.

“중독되면 청소년기의 자연스러운 호기심 수준을 벗어나 과도한 성적 관심과 행동을 보인다. 여기서 변형된 행동이 여성을 촬영하는 행위다. 아이들은 발각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CCTV에 다 잡혀서 현장에서 검거된다.”

어린이도 중독된다는데.

“초등 1년 아이가 아버지가 퇴근하면 휴대폰을 달라기에 줬는데 정도가 심해 아이 뒤로 가서 화면을 보니 음란물이어서 너무 놀랐다고 함께 왔다. 동네 형들이 무료 와이파이가 되는 장소에 모여 휴대폰으로 음란물을 보면서 아이에게 사이트를 알려줬다. 아빠 전화로 접속해 본 거다.”

초등 1년이 그런 영상에 관심이 있나.

“호기심일 거다. 이런 나이는 중단이 쉽다. 그러나 나중에 중독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전화를 갖게 되면 당연히 볼 거다. 굉장히 강력한 자극이 한번 입력되면 다시 돌아가게 돼 있다. 어릴 때가 그래서 위험하다.”

부모도 휴대폰을 조심해야겠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초등 1년 여학생을 엄마가 데려왔다. 학교는 가는데 교실에 안 들어가고 아빠만 옆에 와도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성추행 피해를 의심했다. 아이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음란물이 떠올랐다. ‘너 엄마 핸드폰 봤니

?

’ 물으니 대답을 안 했다. ‘거기서 아줌마, 아저씨가 옷 벗고 있는 거 봤어

?

’라고 물으니 애가 울기 시작했다. 아이를 데리고 모임에 나간 엄마가 혼자 있는 아이에게 가지고 놀라고 스마트폰을 줬는데 거기서 야동을 본 거였다. 충격을 받은 아이는 이후로 남자만 보면 기겁을 하고 남학생이 있는 교실에 못 들어간 거였다.”

아이는 어떻게 됐나.

“치유는 됐다. 그러나 이런 아이가 앞으로 남자를 잘 사귈까 걱정스럽다. 어린 시절의 엄청난 트라우마가 계속 이어질 우려가 있다. 치유가 잘 되길 빌고 있다. 부모가 ‘야동’을 보면 아이가 스마트폰을 여기저기 누르다가 음란물이 뜨고 그렇게 음란물을 접하기 시작한 아이들이 간헐적으로 있다. 이런 건 성 중독은 아니지만, SNS로 인한 심각한 피해다.”

영유아의 휴대폰 과의존이 성인보다 심하다는 게 의아하다.

“아이들 뇌는 말랑말랑해서 1시간만 봐도 중독이 된다. 부모는 힘들 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는데 그게 중독의 지름길이란 걸 모른다. 어떤 부모가 알면서 자녀를 중독시키려 하겠는가. 처음엔 일할 때 ‘이거 봐’ 하며 주고, 나중엔 아이들이 안 주면 떼쓰니 건넨다. 어릴 때 중독은 애들 탓이 아니다.”

학교에 스마트폰 도박 조직까지

요즘 어떤 폐해가 두드러지나.

“도박이 심각하다. 예전엔 중독이 되려면 현장에 가야 했다. 경마, 카지노 다 그랬다. 이젠 그게 다 스마트폰으로 들어왔다. 요즘 아이들 많이 하는 도박이 바카라와 사다리게임이다. 충격적인 건 학교 내에 조직이 있다. 한명을 데려오면 3만원을 주고 그 아이가 잃는 돈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50만원씩 버는 애들도 있다. 예전엔 강원도 정선에 가야 카지노를 했는데 애들이 스마트폰으로 한다.”

부모가 어떻게 막을 수 있나.

“애 돈 씀씀이를 봐야 한다. 용돈을 올려 달라면 잘 보라. 통장을 따로 개설했는지도 살펴라. 1억원 이상 잃은 대학생을 상담한 사례가 있고 청소년도 몇 천만원씩 빚을 진다.”

마약도 그런가.

“대학생 마약 예방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마약 확산도 결국 스마트폰 문제다. 우리 땐 설사 마약을 하고 싶어도 어디서 구할지 몰랐다. 이젠 스마트폰에 치면 나온다. 스마트폰 중독과 도박 등 다른 중독의 증세가 똑같다. 마약과 알코올에서 나타나는 환각 하나를 제외하면 스마트폰 중독도 나머지와 같다.”

인스타그램 보며 상대적 박탈감 느껴

인스타그램 같은 규제가 우리도 필요하다고 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다들 좋은 내용만 올리지 않나. 실제의 삶은 그렇지도 않은데. 다른 사람을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탈하는 문제가 많다.”

SNS의 폐해가 심하다.

“가장 심각한 건 아이들이 책을 안 본다. 휴대폰 영상이 스피디하고 강렬하다. 영상 미디어에 중독되면 아이들이 책을 안 본다. 글을 안 읽으니 생각이 자라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훈련이 안 된다. 아이들이 말을 못한다. 스마트폰으로 ‘헐, 헉’ 같은 단어나 이모티콘으로 간편하게 소통하다 보니 길게 설명을 못 한다. 책을 읽으려면 1~2시간 집중해야 하는데 그런 인내심이 없다. 핸드폰은 2시간을 봐도 콘텐트를 계속 바꿔가며 본다. 과거엔 유튜브에 10분 넘는 영상이 많았는데 이젠 1분짜리 쇼츠도 길다며 더 줄이지 않나. 충동성이 엄청 증가하고 조급해진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캠프를 하면 확실히 달라진다. 부모와 관계가 좋으면 스마트폰과 SNS를 덜 한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변화는.

“친구들과 만나는 활동이 필요하다. 축구나 농구처럼 여럿이 하는 운동이 좋다.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스마트폰을 하는 아이가 많다. 이런 운동은 친구와 함께 어울리고 간식도 먹으며 즐긴다. 여자애들은 만화 그리기를 좋아한다. 요리도 선호한다. 댄스나 연극도 관심이 많다. 이런 걸 하면 스마트폰 쓸 때보다 훨씬 건강한 도파민이 나온다.”

학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학원서 도파민은 안 나오나.

“안 나온다. 오히려 안 좋은 물질이 나온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야 할 텐데, 학교 규제가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있다.

“인권이 뭔가. 아이가 수업시간에 핸드폰 보고 중독돼서 인생이 망가지는 걸 미연에 방지하는 게 인권 침해인가. 객관적으로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많은 걸 알면서 그냥 두는 게 인권인가. 학교 끝난 이후에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쓰게 하자는 거다. 아이의 인권을 보호하는 거다. 유해 정보 차단하고 사용 시간 통제하는 ‘청소년 폰’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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