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지역 서비스 비율 강화
요율 산정 컴퓨터 모델 활용
소비자들 보험료 급등 우려
가주가 산불위험지역의 소비자들이 더 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보험료 책정 시 과거 손실 데이터 대신 컴퓨터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된다.
새 규정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새로운 의무를 지게 된다. 주 전체 주택 보험 시장 점유율의 85%에 해당하는 비율로 산불 위험 지역의 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 전체 시장 점유율이 10%인 보험사는 산불 위험 지역에서도 최소 8.5%를 커버해야 한다. 이는 보험사들이 특정 지역의 위험도를 이유로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계약을 거부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또한, 산불 대비를 위해 건물 방화벽 설치, 불연성 지붕 재료 사용, 주변 초목 제거 등 주택 보호 조치를 취한 소비자들에게는 이를 반영한 보험료 책정을 의무화한다.
산불위험지역에서의 보험가입이 쉬워지는 대신 보험사들은 기상 데이터, 지리 정보, 산불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복잡한 컴퓨터 모델을 통해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게 됐다.
리카르도 라라 가주보험국장은 “기후 변화로 인해 과거 데이터를 더는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며 “소비자들의 보험가입을 더 쉽게 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접근법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빈번해진 산불이 규정 개정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산불피해가 늘어나자 보험사들의 적자 규모가 커졌고 위험지역 주택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아예 사업을 철수하는 보험사가 많아졌다. 실제로 가주 7위에 해당하는 리버티 뮤추얼 보험은 주택보험을 중단했고 스테이트팜은 7만2000여 가구의 주택보험갱신을 거부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주 정부가 운영하는 페어 플랜에 가입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 페어 플랜은 주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 최소한의 보장을 제공하는 ‘최후의 보험’이다. 최근 몇 년간 가입자 수가 급증했고 위험 노출 규모도 2020년 1530억 달러에서 2023년 9월 기준 4580억 달러로 폭증했다.
이번 규정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소비자 단체 컨수머와치독은 복잡한 컴퓨터 모델이 보험료 산정을 불투명하게 만들 가능성을 지적하며 “소비자들이 과도한 보험료 인상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보험국 대변인 마이클 솔러는 “새로운 규정은 투명한 검토 과정을 통해 보험료 인상을 억제할 권한을 제공한다”며, 보험사가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력히 감독할 계획임을 밝혔다.
보험 업계는 이번 규정을 ‘필수적 변화’로 평가했다. 전미손해보험협회(APCIA)는 가주의 기존 보험 규제가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에는 지나치게 느렸다고 비판하며 “이번 규정이 보험 시장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인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세부사항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다”며 “다만 대형보험회사들이 산불위험지역에서 보험을 더 많이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이 받는 보험혜택의 질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