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 억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기온도 남의 일이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이 25.6℃로 평년의 23.7℃보다 무려 1.9℃나 높고 1973년 이후 최고다. 이와 더불어 열대야 일수(20.2일)와 9월 평균기온(24.7℃)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후변화 영향이 이미 농업에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과 등 주요 과일의 재배면적이 북상하면서 줄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사과 재배면적이 강원지역에선 늘지만 전국 연평균 1%씩 감소한다. 지난해엔 무더운 여름 탓에 배·포도 등 과일 햇볕데임(일소)과 병해충 피해가 극심했다. 특히 사과·복숭아 등은 탄저병 확산으로 생산농가가 애를 먹었다. 벼멸구도 해마다 창궐해 정부가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 농산물 생산 지도도 바뀌고 있다. 백향과(패션프루트)와 여주·얌빈 등 아열대작물 재배가 국토 최북단 강원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강원지역의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은 5.1㏊로 2년 전 3.2㏊에 견줘 60% 남짓 증가했다. 남부지방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바나나·파파야·망고 등의 아열대작물이 생산되고 재배면적이 느는 추세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은 전남·경남 순으로 많고 남부권 비중이 높다.
점점 더워지는 기후는 우리 농업에 도전과 기회가 될 수 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아열대작물은 난방비 감소에 따른 생산비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품종과 재배기술 등을 개발하면 아열대작물이 농가의 새로운 소득작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 여름철에 약한 사과·배·포도·배추 등은 내서성 강한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민관연이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