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고개 든 '롯데 유동성 위기설'…비상경영·체질개선 다시 시험대

2025-11-26

롯데그룹을 둘러싼 ‘위기설’이 1년 만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말 롯데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롯데케미칼(011170) 회사채 논란이 가세하며 그룹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롯데는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바 있다. 롯데그룹이 26일 단행한 대규모 임원 인사로 이번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차입금 39조 원,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당시 롯데건설 PF 보증 규모가 문제로 지적되고 여기에 더해 롯데케미칼 회사채 일부가 재무 특약을 위반해 만기 전 상환 요구 가능성이 제기됐다. 증권가에서는 ‘연말 전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 ‘부동산 팔아도 빚을 못 막는다’는 식의 비관론이 제기됐다. 롯데지주(004990)와 주요 계열사들이 “유동성 관련 루머는 사실무근”이라는 공시를 잇달아 내고 모라토리엄설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어야 할 정도였다.

1년이 지난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롯데건설 회생’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정보지가 시중에 떠돌며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감원설까지 거론되자 위기론이 다시 불 붙었다. 롯데 입장에서는 ‘위기설’ 자체가 부담이다. 이날 롯데지주는 “‘롯데건설 회생’이 언급된 출처 불명의 정보지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롯데건설과 함께 정보지 작성자 및 확산·배포자에 대한 경찰 고발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모라토리엄, 대규모 감원설이 돌자 일단 루머 차단을 위한 법적 대응 카드부터 꺼내 든 셈이다.

숫자만 보면 ‘위기론’의 근원이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그룹 비금융 계열사를 조정 합산한 순차입금은 2019~2021년 28조 원 수준에서 2022년 37조 원, 2024년 40조 원 안팎으로 불어났다. 올해 역시 40조 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배수는 3.6배에서 7.7배로 뛰었다. 이는 롯데그룹의 이익 창출력으로 몇 년 치 상각전영업이익을 모아야 현재 순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2배 이상 뛰었다는 건 이익 체력에 비해 레버리지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화학·유통·건설 등 주력 계열사의 공격적 투자와 실적 부진이 겹치며 ‘빚은 빠르게 늘고 영업 현금 창출력은 제자리’인 구조가 굳어졌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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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뇌관으로 지목됐던 롯데건설도 그룹의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2022년 말 6조 8000억 원에 달했던 PF 보증 잔액은 지난해 말 5조 3000억 원 수준으로 줄었고 올해 들어 본PF 전환, 사업장 정리 등을 통해 3조 원대 중반까지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유동성 불안이 길어지고 있다. 지방 미분양 장기화로 현금 흐름 부담이 커진 데다가 신용등급도 하락하며 재무 부담이 누적됐다.

은행권 차입도 가팔라졌다. 은행권 집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은행 차입금은 지난해 말 약 8507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1조 4820억 원으로 1년 새 74% 넘게 늘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롯데건설 부도설이 돌 때 직접 확인해봤지만 당장 상환 불능 상태에 가까운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그룹 전반적으로 자금 수요가 많고 건설 부문 레버리지가 아직 높다는 인식은 금융권에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도 “최근까지도 롯데건설 측 현황을 모니터링해왔지만 모라토리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번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역시 이런 구조적 부담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경영 카드’로 읽힌다. 롯데는 2017년 비즈니스유닛(BU) 체제, 2022년 헤드쿼터(HQ) 체제를 도입해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아래 유관 계열사 전략을 조정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위기설 이후에도 순차입금이 뚜렷하게 줄지 않고 주력 계열사 이익 회복 속도가 더디자 아예 HQ를 없애고 각 계열사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선택을 했다.

시장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해진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40조 원에 이르는 순차입금을 감내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부동산 정리, 투자 축소 등을 통해 레버리지를 낮추고 가시적인 영업 성과가 나와야 신용도 하락과 조달비용 상승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며 “반대로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이 지연되면 위기설은 반복 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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