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협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産) 원유에 ‘2차관세’(Secondary Tariffs)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주 중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에 출연해 “이번 주 중으로 푸틴 대통령과 통화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잘못으로 우크라이나의 유혈사태를 멈추지 못하게 된다면 러시아의 모든 석유에 2차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2차관세는 특정 제품을 구입하는 국가나 단체에 부과하는 관세를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4일 베네수엘라산(産) 원유에도 2차관세 부과를 위협한 바 있다.
그는 2차관세가 “러시아의 석유를 사면 미국과 사업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모든 (러시아) 석유에 25%에서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휴전이 없다면 한 달 안에 러시아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며 기한도 지정했다. 다만 자신이 푸틴 대통령과 좋은 관계이고, 그가 옳은 일을 한다면 화는 금방 가라앉을 것이라며 대화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에 나선 것은 푸틴 대통령이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흔들기’를 시도하는 등 입지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8일 “유엔과 협의 아래 우크라이나에 과도정부를 설치할 수도 있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유능한 (새) 정부가 평화협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통성을 뒤흔드는 발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열받았다”(pissed off)고 표현하며 관세 위협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부터 “취임하면 24시간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수차례 반복했다. 실제로 그는 취임 이후부터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3자 간 회담을 이어왔다. 특히 전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종전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핵협상 재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을 향해 압박을 지속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 중단 합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전례 없는 폭격을 맞게 될 것”이라며 무력 사용을 시사했다. 이에 더해 이란산 원유에도 “4년 전과 같이 2차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도 으름장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