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충주에서 친환경농법으로 대추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A씨는 4월초 시설하우스 내에 토마토뿔나방이 한두마리씩 날아다니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난해 토마토뿔나방으로 전체 재배면적 1만3223㎡(4000평) 중 절반 이상에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엔 토마토뿔나방의 존재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올해엔 여러 친환경농자재업체를 수소문해 추천받은 비티(BT)제와 식물추출물을 사용해 방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토마토뿔나방이 국내에 출현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해당 충해에 정식으로 등록된 친환경농자재가 지금껏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황당하다”고 발을 굴렀다.

최근 2년간 친환경농가를 중심으로 토마토뿔나방 피해가 급속히 확산했지만 관련 유기농업자재는 4월30일 기준 전무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농약업계에선 토마토뿔나방 방제용으로 6개 품목(성분) 35개 제품이 등록·출시된 것과 대조를 보인다.
이런 배경엔 법적 미비가 자리한다. 농약은 ‘농약관리법’ 제14조 제7항에 따라 이미 등록된 제품을 대상으로 농촌진흥청이 병해충·농작물 적용 범위를 신속하게 확대할 수 있다. 이를 농약 직권등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관리하는 친환경농자재(유기농업자재)에 대해선 농관원이 직권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토마토뿔나방 방제 효과가 있는 유기농업자재가 1건도 등록되지 않은 이유다.
농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토마토뿔나방은 2023년 7월 처음 보고된 이후 그해 11월에 농약 직권등록을 마쳤다. 관행농법으로 재배하는 토마토농가가 해당 충해에 비교적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직권등록을 하려면 최소 2년이 걸리는 약효·약해·작물잔류농약 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토마토뿔나방은 검역해충으로 분류돼 관련 시험을 할 수 없어 그 과정을 생략한 대신 주변 국가인 일본·대만에서 토마토뿔나방에 등록된 약제를 참고해 긴급하게 등록했다”고 말했다.
친환경농자재업계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업체는 지난해 토마토뿔나방 피해농가를 대상으로 기존 나방류 기준 약효 시험을 진행해 올해 일부 제품을 공시하려고 신청했다. 하지만 관련 공시를 등록해주는 기관에서 “토마토뿔나방에 대한 시험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승인이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면서 결과적으로 전부 무산됐다.
유기농업자재 공시 업무를 수행하는 강원대학교 친환경농산물안전성센터 관계자는 “‘농약등록시험 약효 약해분야 세부지침’엔 토마토뿔나방에 대한 시험 기준이 없고, 나방류라고 하더라도 각 나방의 특성이 달라 승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박종호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해충잡초방제과 연구사는 “농진청이 올해 안으로 토마토뿔나방에 대한 시험 기준·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이 시험 기준이 마련되면 유기농업자재도 해당 기준을 토대로 등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관원 관계자는 “법적 정비를 통해 농진청처럼 직권등록이 가능해진다면 친환경농업계도 빠른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충남 아산에서 친환경토마토를 재배했다가 토마토뿔나방 피해가 심해 올해 고추로 작목을 전환한 농민 B씨는 “앞으로 해외에서 새로 유입되는 해충이 늘어날 텐데 그때마다 친환경농가들은 한발 늦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일반 농약처럼 신속하게 대응해 안정적으로 친환경산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