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통증에 신경통 후유증 남는데···대상포진 백신 국가예방접종 될까요

2025-12-13

심한 신경통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은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50대 이상 환자의 비율이 높다. 의료계에선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고 있다.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의료계 취재를 종합하면, 대상포진은 한번 감염됐던 수두바이러스가 증상 없이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면 다시 활성화되면서 극심한 신경통과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노화 외에도 암·당뇨·류마티스질환, 면역억제제·항암제 사용, 극심한 스트레스·과로 등이 면역기능을 떨어뜨리면 대상포진이 나타날 수 있다.

바이러스가 특정 감각신경을 따라 이동해 화끈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감각이상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해당 부위 주변 피부에 띠 모양의 발진과 물집이 생긴다. 주로 발생하는 곳은 옆구리, 얼굴, 눈 주변이지만 몸통, 다리 등 전신 어디에든 생길 수 있으며 간혹 드물게 내장기관을 침범하기도 한다.

치료의 핵심은 가능한 한 빨리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구상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발진·수포가 생기고 72시간 이내에 아시클로비르, 발라시클로비르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피부 병변 치유가 빨라지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위험도 줄일 수 있다”며 “통증이 심한 경우 진통제와 신경통 약, 국소 마취 패치, 신경차단술을 통해 통증을 적극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접종을 하면 발병 위험은 상당히 낮아진다. 50세 이상 성인 또는 18세 이상이면서 암, 장기이식, 면역억제제 투여 등으로 심각한 면역저하가 동반된 성인에겐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의료계에선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대상포진 백신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한가정의학회·대한노인병학회·대한류마티스학회 등 6개 학회는 지난 10월 공동성명을 내고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건강은 국가적 자원과 사회 전체의 건강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지자체별로 지원에 차이가 있어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고령층과 면역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질환의 위험성과 필요한 국가 재정 규모 등을 종합 고려할 필요가 있어 내년 국가예방접종사업 우선순위 재평가 때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고 도입 방식에 대한 논의도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진 않은 상태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사업은 대부분 전액 지원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어 신규 백신이 포함되려면 상당한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 고령화로 접종 대상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 부담 탓에 대상포진 예방접종의 신규 편입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국가 예방접종 신규 도입 및 대상 확대를 위한 비용 효과 분석’ 자료를 보면 국내 대상포진 치료 및 합병증과 관련된 전체 의료비용은 2021년 기준 1837억원에 달했다. 다만 백신 접종에 따른 예방 효과로 관련 비용의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의경 성균관대 약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 50세 이상 인구 중 70%가 유전자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할 경우 평생 동안 겪을 수 있는 대상포진의 약 50%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생산성 손실로 인한 비용 중 5030억원이 경감될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나라에선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전액 무료 중심의 구조 대신 다양한 방식의 제도를 통해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용 상승에 대처하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공동 부담형’ 제도를 채택한 프랑스는 65세 이상 및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65%, 개인부담 35% 형태의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비용 부담을 국비 30%, 지자체 예산 10~40%, 개인부담 30~60% 방식으로 세분화해 운영 중이다.

대상포진은 발진이 가라앉고 여러 달이 지난 뒤에도 후유증으로 신경계의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고 심하면 평생 지속되면서 수면장애와 우울 등으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보건 정책 및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구상 교수는 “고령, 심한 급성 통증, 면역 저하 등이 있을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며 “통증에 대한 두려움과 피로가 겹치면서 업무와 집안일, 대인관계 유지가 힘들어지고 일부에서는 우울증·불안장애로 치료를 받는 경우도 보고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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