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푸른 뱀 을사년의 시작

2025-01-22

새해 병원에서 시무식이 있었다.

2025년 경영 목표가 작년에 이어 경청, 존중, 배려이다.

환자에 대한 것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환자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판단하기에 이 3가지가 2년 연속될 만큼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지속 사업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나, 이 중 어느 것이 잘 되지 않아 부족함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의사파업의 여파로 병원의 입원율이 통상 95% 이상이었고, 때로 100%를 찍기도 했지만 환자를 제일 먼저 만나는 외래에서 환자를 존중하는 진료형태를 강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최고 경영목표나 운영전략이 수익 창출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에너지원의 재창출이나 폐기물 관리 시스템의 개선 등 환경에 순응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고, 지역 사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소비자와 신뢰관계를 이어나가기를 원하는 것처럼, 병원에서 환자와의 유대관계를 견고히 이루기 위하여 경청, 존중, 배려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한치과협회의 올 한해 (경영)목표 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창립 100주년이어서 잘 해야 되는 것은 알겠는데, 추상적인 구호 말고, 향후 백년을 위한 을사년 올해의 전략, 또는 경영 목표는? 못 찾았다. 있다면 찾기 쉬워야 할 것 같다.

올해는 푸른 뱀, 을사년이다. 뱀은 요즘 애완동물로도 사랑받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무섭고, 징그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왕에 해야 할 일이면 즐기라고 한 것처럼 좋게 생각하면 푸른색은 안정과 평화를 나타내며, 오행 중 나무 木으로 생명력과 성장, 발전을 상징하는데, 특히 푸른 뱀은 강인하고 유연한 이미지로 생명력과 성장에 더하여 통찰력과 직관을 의미하여 새로운 시작, 지혜로운 변혁, 성장과 발전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몇 차례 되풀이 되고 있지만 변혁, 성장, 발전 모두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더하여 현세의 어지러움을 돌파하기 위하여 강인한 생명력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잘 알고 있듯이 뱀은 논리의 신, 치유의 신으로 그리스 로마신화에 따라 WHO 마크에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감고 있는 뱀을 볼 수 있다. 우리와 항상 함께 해야 할 상징이기도 하다.

이외에 뱀이라고 하면 사족(蛇足)을 생각한다. 화사첨족(畫蛇添足)의 준말로, 옛날 중국에서 뱀 그리기 대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다리를 그린 사람이 있어서 그를 비웃는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거나, 불필요한 행동을 하여 본래의 의미를 흐리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사족을 달지 말라”라고 사용된다.

아마도 이 사람은 뱀을 전혀 본 일이 없거나, 뱀을 봤는데 제대로 못보고는 다리가 있었다고 믿고 있거나, 당연히 다리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겠지 짐작하고 그려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우리 주위에 이런 경우가 있지 않나? 취하지 않고도 한 말을 또 하고, 이런 저런 부연 설명을 하는 사람을 본다. 사실을 올바로 알고 하는 말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실제 다리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움직임이 느려져 멸종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극히 일부 밖에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마주친 것이 전부라는 헛된 믿음을 가진 채,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하였다(멤페로클레스). 자신이 본 것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주장한다면 여기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의할 때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내놓은 각각의 다른 의견을 종합하여 일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기밀이 유지되어야 한다거나, 긴급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모여야 할 사람들이 모이지 못한 상태에서 일이 결정된다면 그 또한 완전치 못한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고.

이런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이야기의 본질은 다르지만 자신이 본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도 통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예로 든다. 어느 교수가 자신이 경험한 것만 강의를 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도 교직 생활 30여년을 포함하여 50년 넘게 환자를 봐오고 있지만 당연히 내가 경험하지 못한 증례들도 아직 많다. 모르는 것도 많다. 그렇다고 후배들이 겪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닌가. 누군가 경험했으니까 전문잡지에 게재되었고, 그리고 인정을 받아서 교과서에도 올랐을 텐데. 경험을 하였든, 못 하였든, 모든 것을 가르칠 수는 없어도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의논하여 좋은 결론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1등도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과 함께 하나의 힘으로 모아 1등 단체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참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시 말하면 힘을 모으는 데도 참는 힘이 필요하고, 더불어 이를 위한 용기도 필요하다. 자신을 내려놓는 데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새해에는 본래의 의미를 혼란하게 하는 쓸데없는 말들을 줄이고, 나아가 필요한 말이라도 중언부언 하지 말고, 불필요한 행동을 줄이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푸른 뱀의 기운을 받아 발은 없으나, 발이 있는 것보다 더 빠르고, 매끄럽게 잘 헤쳐 나가기를 기원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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