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넘어갔다”…제프 블라터, 돈의 유혹에 무릎 꿇은 FIFA 맹비난

2025-07-12

“사우디에 축구를 넘겼고, FIFA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제프 블라터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FIFA를 향해 작심 비판한 내용이다.

블라터는 13일 독일 n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축구를 사우디아라비아에 넘겨줬고, 그들은 그것을 받아갔다”며 “놀랍게도 이에 대해 FIFA 내에서는 어떤 반대의 목소리도 없다”고 말했다.

블라터의 이 같은 발언은 FIFA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2034년 남자 월드컵 개최국으로 단독 확정한 이후 처음으로 나온 고위급 내부 비판이다. FIFA는 당시 입찰 과정에서 다른 경쟁국 없이 사우디 단독 입찰을 수용했고, 별다른 토론 없이 개최국으로 결정했다.

사우디는 최근 몇 년간 스포츠 분야, 특히 축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왔다. 2023년에는 국부펀드(PIF)를 통해 사우디 프로리그(SPL) 소속 주요 4개 구단(알힐랄, 알나스르, 알이티하드, 알아흘리)을 인수했고, 그보다 1년 앞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지분 85%를 확보한 바 있다. FIFA가 DAZN과 체결한 약 10억 달러 규모 클럽월드컵 중계권 계약도 PIF 산하 스포츠기업 SURJ가 지분을 보유한 플랫폼을 통한 것이다. 축구 중계 시장까지 사우디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아람코, 리야드에어, 비짓사우디 등 사우디계 브랜드가 국제대회에서 스폰서로 활약하며 전 세계 축구계는 사실상 사우디 자본의 무대가 되고 있다.

블라터는 최근 미국에서 개최 중인 신설 32개국 체제로 확장된 클럽월드컵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너무 많은 경기가 열리고 있다. 똑같은 선수들과 클럽들이 계속 혹사당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휴식도 없다”며 “무더위 속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선수 건강에 명백히 해롭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동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역시 FIFA를 향해 “가장 더운 오후 시간대에 경기를 편성하는 관행을 재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FIFA는 유럽 및 아시아 시청자 확보를 이유로 이 시간대를 고수하고 있다.

블라터는 FIFA 후임 회장인 잔니 인판티노의 리더십에도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 FIFA에서는 모든 일이 전자적으로 처리되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총회에 6시간 늦게 와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5월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FIFA 총회는 인판티노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와 카타르를 방문하면서 늦게 도착해 일정이 지연됐다. FIFA 평의회 회의 또한 이에 따라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가디언은 “블라터의 비판은 FIFA의 정당성, 정치적 독립성, 선수 보호 책임에 대한 국제사회와 팬들의 의문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블라터 자신 역시 FIFA 재임 기간 동안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바 있다. 그는 1998년부터 FIFA 회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 미셸 플라티니 전 UEFA 회장과 함께 부정금융 의혹으로 FIFA로부터 8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후 6년으로 감경됐다. 당시 문제의 핵심은 플라티니에게 지불된 200만 스위스프랑의 지급 명목이었다. 블라터와 플라티니는 “이는 1998~2002년 자문 역할에 대한 정당한 지불이었으며, 당시 FIFA가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어 늦게 지급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고, 올해 지난 스위스 항소심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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