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엄마, 좀비 보러 가요" 에버랜드 '블러드시티' 문전성시 이룬 사연

2024-09-25

에버랜드, 넷플릭스와 손잡고 초대형 공포 테마존 조성

글로벌 IP 협업, 시리즈 몰입 체험...외국인 방문객도 2배

'지금 우리 학교는', '기묘한 이야기' 등 시리즈 세계관 체험

MZ 뿐만 아니라 유모차 이끈 가족 단위 방문객도 ↑

더위가 한풀 꺾인 9월, 국내 대표 테마파크 에버랜드에서 이례적인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놀이기구 '티 익스프레스'는 물론 좀비떼에게 쫓기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즐거운 환호다. 에버랜드에서 좀비라니, 무슨 일일까. 바로 올해 에버랜드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야심 차게 마련한 초대형 공포 테마존 '블러드시티'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테마파크를 찾은 관람객들의 모습 변화에서 이번 색다른 에버랜드의 시도가 통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공포 테마는 1020 세대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모차를 끌고 걸어가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좀비떼를 뒤쫓는 아이들에게 일관되게 무서운 표정을 선보이면서도,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게 은근슬쩍 각도를 조절해 주는 센스 있는 좀비는 덤이다.

24일 방문한 에버랜드의 이색적인 가을 축제 풍경이다. 에버랜드는 지난 6일부터 운영되고 있는 블러드시티에 '지금 우리 학교는', '기묘한 이야기' 등 넷플릭스 인기 IP 시리즈를 오프라인 세계관으로 경험할 수 있게 꾸몄다. 관람객에겐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 컨텐츠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인지도 높은 유명 스토리를 통해 테마 이해도를 높였다.

블러드시티, 올해 유독 특별한 이유? '넷플릭스' 세계관

올해 여덟 번째 시즌에 돌입한 블러드시티는 에버랜드의 가을 시즌을 대표하는 야외 테마존이다. 매년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이며 MZ세대에게 공포체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올해가 유독 특별한 이유는 바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손잡고 테마를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넷플릭스 체험존이 신작 중심의 팝업 형태로 운영된 적은 있지만, 복수의 드라마 IP를 활용해 대규모 야외 장소에 복합 체험존으로 장기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최초다.

그 규모는 무려 1만㎡.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압도적 규모다. 먼저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SF 스릴러 호러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체험존에선 A/B 중 한 가지 코스를 골라 미션을 수행하면 된다. 지하 비밀기지, 뒤집힌 세계 등 각종 공간이 레트로풍으로 꾸며져있고 미션을 수행하면 굿즈를 받을 수 있다. '미션 수행' 테마로 인해 몰입감과 직관성이 극대화된 덕분인지 아이들 손을 잡고 방문하는 관람객이 유독 많았다.

삼성전자와의 IT 콜라보도 준비됐다. 고객은 갤럭시Z 폴드6·Z 플립6으로 드라마 속 빌런과 사진을 찍은 후 갤럭시 AI로 편집할 수 있다. 코스 스토리에 따라 '암호 해독'이 필요할 경우 갤럭시 번역 기능으로 해당 미션을 수행하면 된다. 테마 몰입감을 위해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근무했던 아이스크림 가게는 물론 그 시절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미국식 핫도그 트럭도 마련해 실제 드라마와 동일한 분위기를 구현했음은 물론이다.

국내에서 K-좀비물로 제작돼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휩쓸었던 '지금 우리 학교는'의 테마는 더욱 압도적이다. 좀비에게 점령 당한 효산고등학교와 효산시내가 폐허가 된 건물, 급식실, 상점가 등의 모습으로 실감 나게 연출됐다. 조명, 맵핑, 사운드 등 특수효과도 가미됐으나 더욱 고객을 사로잡는 것은 급식실, 교복 대여점 등에서 직접 교복을 빌려 입고 좀비 분장을 해보거나 컨셉에 맞는 특별 메뉴를 먹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호러메이즈와 좀비 공연, 빼놓지 마세요"

이 중에서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메인 체험존은 바로 '호러메이즈'.이곳에선 좀비들의 공격을 피해 9개의 교실 곳곳을 헤집는 이색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단순한 '귀신의 집'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원작 드라마 속 모습과 동일한 공간은 물론,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시작부터 끝까지 정체성을 잃지 않는 K-좀비들이 대기 중이다.

또한 좀비들의 거리 활보 및 현란한 댄스 감상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블러드시티 특설무대에서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효산고 학생들의 탈출기를 다룬 넷플릭스 원작 스토리를 국내 최초 라이브 쇼로 재현한 '지금 우리 학교는 LIVE' 공연이 매일 저녁 펼쳐진다. 실제 드라마에 나오는 배역의 음성 연출은 물론, 연기자들이 객석 사이를 뛰어다니며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일반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에버랜드 측은 "기대 이상"이라고 했다. 실제로 블러드시티 오픈 이후 고객들의 생생한 체험 후기와 인증 사진 등이 이어지며 현재까지 온라인 버즈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에버랜드 SNS 채널에 올라온 블러드시티 영상 조회수는 1000만 뷰를 돌파했다.

넷플릭스 IP와의 콜라보는 인바운드 관광객 유입에도 영향을 미쳐 블러드시티 오픈 후 현재까지 에버랜드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가량 증가했다. 박주현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파크기획그룹장은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작품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팬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지, 에버랜드라는 한국 대표 테마파크에 어울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양사가 함께 고민했다"라고 했다.

넷플릭스 측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조현준 넷플릭스 디렉터는 "어떻게 이 컨텐츠를 구현할까 궁금했는데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상당하다"라며 "싱가폴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미국 등에서도 유통업계와 콜라보를 한 사례는 있지만, 이번 에버랜드와의 협업은 작품을 감상한 고객에겐 '스크린 밖 경험의 확장이 될 것이고, 작품을 보지 않은 고객에겐 넷플릭스 시리즈에 대한 호기심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택영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부사장은 "넷플릭스에서 IP를 허락해 줘서 이렇게 블라드시티를 꾸며볼 수 있었다. 캐릭터와 IP를 잘 살리기 위해 모든 직원들이 심혈을 기울였다"며 "판다월드, 사파리, 포시즌스 가든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에버랜드이지만, 특히 이번 '지금 우리 학교는', '기묘한 이야기' 콜라보레이션은 향후 에버랜드의 컨텐츠를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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