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2025-09-15

정부가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집단 반기에 원래 자리로 물러섰다.

정부가 지난 7월 새정부 첫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포함시켰던 주식 양도세 부과기준 10억원 하향 방침을 철회했다. 이로써 현행 50억원 이하 보유 종목에 대해선 양도시 대주주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이렇게 결정되자 당장 투자자와 자본시장은 환호했다. 연말 같은 보유기간 지정 특정시기만 되면 대주주 양도세 적용 한도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물량을 정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해당 종목 마다 주가 불안정성이 커지고, 원치 않는 주가 약세에 시달려야 했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2000년 처음 마련됐다. 당시 '종목당 100억 원 이상 보유'로 정한 뒤 박근혜 정부 시절 25억 원으로 내렸다. 문재인 정부 때 10억 원으로 내려갔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50억 원으로 올랐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를 다시 10억 원으로 낮추려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코스피 5000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주식 시장은 요동을 쳤다.

현행 50억원이 유지 되면서 당장 올연말 종목 비중을 고심하던 투자자들은 다소 숨통을 틔게 됐다. 또한 해당 투자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로서도 주가 변동에 따른 잡음 없이 본 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분위기를 얻게 됐다.

정부 정책이 필요할 땐 당연히 견고하고, 굽힘 없어야 한다. 특히 자본시장과 세재 관련 정책은 한번 방향이 정해졌다면 흔들림 없이 가는 것이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불변은 없다. 시장흐름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정부 정책도 그래야 한다.

투자자 반발에 대처하는 자세 또한 이번 정부가 유연성 있음을 보여줬다. 정책은 항상 최선일 수는 없고 필요하다면 효율성을 따져 정책의 수정도 필요한 일이다.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 마저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당국과 일선 공무원의 판단에 힘을 실어줬다.

직접 연관성이야 얼마나 있겠는가마는 15일 코스피 지수는 아직 한번도 밟아보지 않은 3400선을 넘어섰다. 정부가 들어서며 제시한 5000선까지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차곡차곡 오르막을 만들어가고 있다.

국민을 이기는 정부가 있을 수 없듯,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다. 늘 시장을 살피고 그에 따라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유능한 정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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