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거론한 상속세 공제 한도가 현행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완화되면 향후 5년간 최소 3조원이 넘는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세 공제를 28년 만에 현실화한다는 명분이지만, 감세 혜택이 고액 자산가에 몰린다는 논란과 줄어드는 세수 보전 문제가 남아 소득세 개편과 같이 논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에 대해 “18억 원까지 세금을 없게 해주자”며 “일괄 공제·배우자공제 금액을 올려 세금 때문에 이사 안 가고 계속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상속세 일괄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최소 공제 한도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공약을 담은 상속세법 개정안은 임광현 국세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한도가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늘어난다. 즉 배우자가 있으면 자녀들이 18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물려받아도 상속세가 현행 3298만원에서 0원으로 줄어든다.
이 대통령의 약속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1997년 이후 28년 만의 가장 큰 폭으로 상속세를 개편하게 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 집값 상승에 따른 현실화를 이유로 들었다. 물가상승률 고려하면 1997년의 5억원은 2023년의 9억8000만원에 해당하는 만큼, 과세 기준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서울 한강변 아파트 밀집 지역 표심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강동, 송파, 마포, 성동구 등 서울 한강벨트에 10억~18억원대 아파트가 몰려 있다.
상속세 완화를 두고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23년 기준 전체 피상속인 중 상위 6.8%만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정은 전문위원은 상속세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상속공제를 과도하게 늘리는 경우 세수가 감소하고 부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진세 구조상 고액 자산가에게 감세 혜택이 커진다. 예를 들어 상속공제가 10억원 늘어나면 최고세율 50% 구간 상속인(과세표준 30억원 초과)은 세금 5억원을 덜 내지만, 최저세율(10%)을 적용받는 상속인(과세표준 1억원 이하)은 최대 1억원까지만 감면받는다.
세수 감소도 문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5년간 3조843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배우자공제까지 확대하면 세수 감소폭은 더 커진다.
감세 정책은 확장재정 정책과 병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공약 이행에 210조원이 드는데 감세까지 하면 장기적으로 미래세대의 국가채무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상속세를 낮추려면 다른 세수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소득세가 낮은 편인데,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에 세금을 낮춰주는 대신 사망했을 때 세금을 거두는 구조로 가다 보니 상속세가 높아졌다”며 “상속세를 완화하려면 소득세를 어떻게 할지 종합적인 개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