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지난해 4분기 퇴직연금 수익률 5대 은행 중 가장 저조
원리금 보장 DB·IRP 및 원리금 비보장 DC·IRP 수익률 최하위
퇴직연금 실물이전제 시행중... 수익률 부진 장기화 시 가입자 이탈 우려↑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최근 1년간 NH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가장 저조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익률 부진이 길어질 경우 농협은행 퇴직연금 가입자의 이탈 현상 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녹색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직전 1년간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DB·DC·IRP) 평균 수익률은 6.96%로 5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타 은행의 경우 ▲하나 9.91% ▲신한 9.47% ▲국민 9.19% ▲우리 8.44%였다.
상품별보면 확정급여형(DB형)은 6.31% 수익률을 기록하며 이 기간 5대 은행 중 3위에 위치했지만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모두 최하위에 그쳤다. DC형 7.32%, IRP 7.74%로 각각 5대 은행 평균치인 10.19%와 9.68%에 2~3%p 가량 뒤쳐진다. 같은 기간 DC형과 IRP의 수익률이 9%를 넘기지 못한 곳은 5대 은행 중 농협은행뿐이다.
또한 DC형과 IRP는 수익률 하락폭도 타 은행보다 컸다. 이 기간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의 DC형 및 IRP 수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8~3.46%p 떨어진 반면, 농협은행의 수익률은 각각 5.53%p 및 5.6%p 하락했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퇴직연금 적립액의 대부분이 운용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서도 수익률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구체적으로는 DC형(4.25%)의 경우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으나 DB형(3.41%)와 IRP(3.07%)은 동반 꼴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총 퇴직연금 적립액에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1.14%로, 이는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종합하면 이 기간 농협은행은 원리금 보장형·비보장형을 통틀어 총 6개 상품 분류 가운데 무려 4개 항목에서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2023년 4분기 말에도 원리금 보장형 DC형·DB형·IRP 및 원리금 비보장형 DC형 등 4개 항목에서 수익률 최하위에 머무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고객의 특성상 (퇴직연금 부문에서) 타행 대비 공격적인 해외주식형 펀드의 비중은 낮고 안정적인 국내채권혼합형 펀드의 비중이 높다"면서 "지난해 4분기 해외주식 시장에 비해 국내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던 것이 퇴직연금 수익률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제가 시행되면서 가입자의 퇴직연금 금융사 변경이 이전보다 용이해졌다는 점이다. 해당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금융사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권은 해당 제도가 활성화될수록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특히 수익률 등이 저조한 금융사라면 신규 가입자 유치는 물론이고 가입자 수성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불리함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일각에서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이미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폭에서 타 은행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178조79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조4520억원 늘었는데, 하나은행의 증가폭이 6조5747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이어, ▲신한은행(5조5137억원) ▲국민은행(5조2216억원) ▲우리은행(3조4358억원) ▲농협은행(2조7062억원) 순이었다.
이 탓에 농협은행은 퇴직연금 적립액 규모에서도 5대 은행 중 꼴찌를 달리는 중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 순위는 ▲신한은행(45조9153억원) ▲국민은행(42조481억원) ▲하나은행(40조2734억원) ▲우리은행(27조988억원) ▲농협은행(23조4550억원) 순이었다. 1위 신한은행과 5위 농협은행의 격차가 20조원이 넘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수익률 하나만 보고 금융사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업계의 퇴직연금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각 금융사의 수수료와 마케팅 혜택 등은 점차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익률이 부진한 금융사에서는 가입자 이탈 현상 등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성 강화 및 차별화를 위해 퇴직연금 개인고객을 전담하는 마케팅팀을 신설하고 관련 컨설팅 인력을 확충했다"면서 "올 상반기에는 올 상반기 자동 포트폴리오 추천 기능이 있는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퇴직연금 상품 역시 ETF(상장지수펀드) 105종, 펀드 528종까지 확대해 라인업을 강화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