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경영 안정 속 변화 예고···최윤정 부사장 영향력 확대

2025-11-04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안정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가 유임되며 사업 전략의 연속성을 확보한 가운데 사업개발본부를 이끄는 오너 3세 최윤정 부사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이동훈 대표 체제에서 실적 체급을 매년 끌어올리고 있다. 2022년 2462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3549억원으로 44.2%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5476억원을 기록하며 5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3207억원의 매출을 내 전년 동기 대비 29.3%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22년 적자전환 이후 지난해 963억원으로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뇌전증 치료제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가 미국에서 처방 수 기준 2위에 오르며 지난해 기준 매출 4387억원을 내는 등 시장에 안착한 결과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 3일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으며 41번째 국산 신약이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6년 만으로, 국내 시장까지 더해져 매출이 한층 더 가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이동훈 대표는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대표 유임에 성공했다. 최근 SK그룹이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될 예정인 이동훈 대표의 거취에도 이목이 집중됐으나 내년도 사장단 인사에서 제외되며 연임이 유력한 상태다.

다만 화려한 성과 속에서도 우려는 존재한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97%가 세노바메이트에서 발생해 단일 품목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예상치 못한 규제나 경쟁 심화, 특허 이슈 발생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시장의 우려를 떨치기 위해서는 세노바메이트 물질 특허 만료가 예정된 2032년 10월 전까지 후속 신약이 구체화 될 필요가 있다.

SK바이오팜 역시 지난 2023년 중추신경계(CNS) 신약 포트폴리오에 집중했던 전략을 다각화하겠다고 공식화하며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표적 단백질 분해(TPD)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CGT)를 3대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이후 '넥스트 세노바메이트' 연구개발 계획에 대해 실적발표 등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새로 부상하는 인물이 바로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이다. 최 부사장은 지난 2023년 만 34세로 SK그룹 계열사 최연소 임원으로 합류한 뒤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 취임 후 사업개발 권한을 넓히며 세노바메이트에 이은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SK바이오팜의 방사성의약품 사업관련 IR 컨퍼런스 콜에 깜짝 등장해 RPT 성장전략과 로드맵에 대해 30분여간 발표를 진행한 뒤 애널리스트와 질의응답도 직접 진행하는 등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 부사장이 직접 주도해 외부 도입한 RPT 후보물질 'SKL35501'은 전임상을 마치고 올해 말 이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기존 뇌전증 중심에서 항암 분야로 사업 축을 넓히는 첫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최근 풀라이프테크놀로지사에서 도입한 RPT 후보물질 'FL-091'의 기술도입 과정에서도 최 부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 부사장의 대외 행보 역시 주목받고 있다. SK그룹의 신설 조직인 '성장 지원'의 수장인 '성장지원담당' 임원을 겸직하면서 그룹 내 바이오 전략의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이어 올해 경영전략회의와 이천포럼에 참여하는 등 SK그룹의 주요 연례행사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태원 회장과 함께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의 만찬 자리에 참석해 글로벌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AI 중심 대규모 글로벌 행사로 격상된 'SK AI 서밋 2025'에도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 기술과 그룹 경영이라는 두 영역에서 연속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바이오 산업 후계자로서 영향력 확대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 전공, 콜롬비아대 공중보건 석사를 거친 최 부사장은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십과 기술 수출 전략에도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인허가와 상업화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향후 SK바이오팜 내 주요 의사결정 라인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도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도 SK바이오팜의 향후 보직 변화와 조직 개편에서 최 부사장의 역할 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동훈 대표의 연임으로 경영 안정이 확보된 만큼, 이제는 신약 포트폴리오 확장과 글로벌 사업 다변화를 책임질 인물로 최 부사장이 더 큰 존재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SK그룹의 부사장 임원 인사가 곧 예정돼 있어 최 부사장의 승진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SK바이오팜은 최 부사장이 주도하는 신성장동력 발굴과 별개로 CNS 분야에서 캐시카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중남미 대표 제약사 유로파마(Eurofarma)와 합작법인 '멘티스 케어(Mentis Care)'를 출범해 AI 뇌전증 관리 플랫폼 개발에 나선 데 이어 신약 후보물질 공동연구개발에도 착수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미국 보스턴 소재 바이오텍 기업 인테론과 신경면역 시스템 조절을 활용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치료제 후보물질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ASD에 대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계열 내 최초) 전임상 후보물질을 개발할 계획으로, 이미 초기 유효물질을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돼 후보물질 발굴 속도와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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