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 기대에 찬물…관세협상 실패한 대만보다 8배 넘게 하락

2025-08-01

1일 코스피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한 것은 그동안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대내외 기대감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영향이다. 미국이 캐나다 등 주요국에 예상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후퇴 등으로 원화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투자가를 중심으로 순매도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국내 시장 전문가들은 관세 등 대외 요인보다는 세제개편안 등 대내 요인이 국내 증시에 더 큰 충격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구간 세율 상향 등 시장이 우려했던 내용이 대거 포함되자 증시 부양 의지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 하락률은 3.88%로 미국과의 협상 실패로 관세가 15%에서 20%로 높아진 대만 자취엔지수(-0.46%)보다 8배 넘게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0.6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37%) 등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 증시의 낙폭은 심각한 수준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하락에 대해 “관세 영향보다는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이 핵심적인 요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충격이 큰 만큼 투자자 반발도 강해지고 있다.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등록된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은 하루 만에 4만 명 이상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청원보다 빠른 속도다. 국회국민동의청원은 한 달 안에 동의자 수가 5만 명을 넘으면 관련 상임위원회에 안건이 회부된다.

투자자 반발이 가장 심한 항목은 주식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종목당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다시 강화한 것이다.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매년 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증시 출렁임이 극심해지자 윤석열 정부에서 50억 원으로 상향한 것을 불과 1년 만에 원상 복구하기로 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11~12월 주식을 순매도하는 패턴이 반복돼 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새 정부가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시중 자금을 증시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말과 다른 행동을 한다며 역시나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해당 청원 작성자는 “양도소득세는 연말에 회피하기 위해 팔면 그만인 법안인데 매번 회피 물량이 쏟아지면 미국처럼 우상향할 수 없다”며 “미국과 국내 증시의 세금이 똑같으면 어느 바보가 국장을 하겠냐”고 반발했다.

행동주의 활동으로 유명한 심혜섭 변호사 역시 “정책이 거칠고 체계 없는 것도 문제지만 투자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부자에 대한 적개심도 문제”라며 “국내외 투자자들이 정부 정책을 면밀하게 분석하는데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국가의 신뢰도를 깎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당초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법안 대비 적용 요건이 까다롭고 일부 구간의 세율 또한 높게 설정되면서 실망감이 큰 상태다. 적용 요건부터 전년도 대비 현금 배당이 줄지 않은 기업 가운데 배당성향이 40%를 초과하는 경우 등으로 복잡하다. 배당소득 3억 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도 당초 25%에서 35%로 상향되면서 배당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정부안인 만큼 국회 통과 전까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제개편안이 법률로 확정돼 시행되려면 9월 정기국회 심의,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며 “올 하반기 중 주식시장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소식이 수시로 증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관세 영향과 국내 기업 실적 부진 등 증시 악재 또한 여전하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올해 4월 관세 충격 이후 별다른 조정 없이 40% 오른 만큼 가격 부담은 어느 정도 있었다”며 “새로운 호재가 없는 시점이라 전 세계 증시가 동반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세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엇갈리지만 결국 과거에 비해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기업 실적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주가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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