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최근 탈(脫)중국에 속도를 내며 생산 거점을 인도로 옮기려는 모양새다. 수요 둔화로 중국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동시에 인도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 대신 인도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내 경쟁력 우위를 다지려는 전략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구조 개편 일환으로 중국 내 장기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심화되자 수익성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론으로 풀이된다. 장기항포항불수강 공장은 지난해 16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전반적으로 '탈중국'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베이징과 충칭 법인을 매각하며 중국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중국 자국에서 공급이 과잉됨에 따라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은 정리하고, 현대제철 대표 중국 법인인 '텐진 법인(HSTJ)'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철강사들이 중국 사업을 하나둘씩 접는 이유는 경기 둔화 장기화로 인해 부동산과 철강 시황이 부진한데다, 중국이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철강 사업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보이면서다. 이에 국내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 다른 시장으로 떠날 채비를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성장성 높은 인도 시장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인도에 연간 생산 500만톤(t)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결정했다. 인도에 일관제철소가 세워지면 기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에 이어 4번째가 된다. 현대제철은 지난 3분기 인도 푸네에서 연산 23만톤(t) 규모의 스틸 서비스센터를(SSC)를 착공했다. 다음 해 2분기 시험 생산에 돌입한 후 3분기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는 철강업계에서 핵심 블루오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을 뛰어넘는 철강 시장의 성장성에서다. 철강 전문 분석 기관(WSD)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약 7% 증가해 2030년 1억9000만톤(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산업 육성도 적극적이다. 인도는 국가철강정책을 통해 2030년까지 조강 케파(생산능력, CAPA) 3억톤(t), 생산량 2조5500억톤(t)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제조업 비중을 2025년 25%까지 키우겠는 목표하에 철강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 시장에 대해 "인구 증가와 도시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건설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도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1억4000억톤(t)으로 세계 2위다"면서 "현재 인도가 중국의 1990년대 초반 철강재 인당 소비량과 비슷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20년간 인도 조강 생산량과 소비량은 장기적인 추세에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달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중국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 외 다른 생산 기지를 모색하는 등 시장 발굴에 더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