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2025년도 의대 모집 정지’ 요구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 “유효성이 지난 주장”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동맹 휴학 중인 2024학번과 입학 예정인 2025학번의 의학 교육 대책 수립에 힘써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의대 정원은 2027학년도부터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24일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오 교수는 “2025년 정원 확대를 하지 말거나 모집을 0명으로 하자는 주장은 (의대 증원의) 결정 과정의 비합리성을 바탕으로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면서 “그런데도 입학할 합격자가 완성되는 지금은 유효성을 잃은 주장이라고 보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 입학생 규모는 이미 확정되고 있고 돌이키기엔 ‘합격 취소’라는 사회적 물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지가 안 된다면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뽑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오 교수는 “2026년도 역시 합격자는 특정돼 있지 않지만, 수험생은 구체화된 상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1500명을 뽑는 안이 타당성 있다고 본다. 수험생도 일부 희생을 감수하고, 학생들도 여러 복잡성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육부가 올해 휴학생과 내년 신입생이 2025년 이후 수련을 마칠 때까지 10년간의 교육의 질을 보장할 합리적인 계획을 연내 제출하라”고 덧붙였다.
이어 오 교수는 “2027학년부터 의대 정원 확대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향후 5년간 의대 정원을 동결하거나 매년 250명, 500명, 750명, 1000명씩 증가시키는 5가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모든 경우 2035년까지는 의사 공급이 초과한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대병원·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의사 수 추계 연구 논문 공모’에 참여한 오 교수의 추계 연구 결과가 바탕이다. 그는 해당 연구를 조만간 국제 학술지에 실을 계획이다.
오 교수는 “의대 정원을 동결하는 경우 2037년부터 공급 부족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예측과는 다르다. 정부는 지난 2월 6일 의대 증원 2000명을 발표하며 “지금 의사인력 구조로는 급증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의사는 현재도 5000명이 부족하고, 2035년에는 1만5000명이 모자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아무런 의료체계 개선이 없고, 향후 늘어날 의료비를 모두 국민이 지불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뤄진 연구”라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은 당장 급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배경이다. 오 교수는 “2024~2026년 사이 국민이 원하는 의료시스템 개선 모습을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를 새로 추계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증원이 절박한 이유로 ‘고령화율’을 들었다. 이날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됐다. 정부는 “1인당 의료이용량은 고령화로 증가한다”며 “2050년엔 2021년보다 입원 2.4배, 외래 1.2배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의사 고령화도 부담이다. 2035년 은퇴 예상 의사 수는 약 3만2000명이다. 10년간 새로 유입되는 의사 인원인 3만 명을 웃돈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정부의 오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의대를 다닐 때 배출된 의사 수는 지금 배출되는 의사 수보다 훨씬 적다”며 “이들의 퇴장은 의사 수를 감소시키지 않고, 은퇴 연령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사 수는 오히려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 좌장을 맡은 강청희 보건의료특위 위원장은 “2025학번 의대생도 의료계의 일원으로 올 사람들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논의가 형식적인 일회성 논의에 그치지 않도록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지속적인 대화의 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