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쇼크에 가성비 결혼식 확산

2025-05-15

웨딩 업계 10~40% 가격 인상

예비부부들 꽃 직접 사서 부케

와인 등 수입품 대신 국산으로

기억에 남는 이벤트 ‘폐백’ 선호

#. 올 가을 결혼을 준비 중인 김세라(30)씨는 웨딩 플래너를 고용하는 대신 직접 예산을 짜고 웨딩드레스, 꽃, 음식, 리셉션, 사진까지 일일이 알아보며 비용을 줄이고 있다. 그는 결혼식 장소로 집 뒷마당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관세 영향으로 생활비뿐만 아니라 결혼 관련 비용이 전반적으로 치솟았다”며 “온라인과 지인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예산 절감을 위해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다음 달 초 결혼을 앞둔 이지아(32) 씨 역시 비용 때문에 “하객 선물로 계획한 컵을 친구가 만든 수제 비누로 바꿨다”며 “웨딩 전문 사진촬영 업체 대신 절반 가격의 스마트폰 촬영 서비스를 이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결혼식 비용이 상승하면서 한인을 포함한 예비부부들 사이에 가성비 결혼식 트렌드가 확산 중이다.

웨딩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관세 폭탄으로 드레스, 꽃, 장식, 식음료 등 관련 비용이 줄줄이 오르면서 ▶셀프 웨딩 ▶무료 결혼식 장소 활용 ▶수입품 사용 자제 ▶피로연 축소 등 실속형 소비로 바뀌고 있다.

전국웨딩소매업협회(NBRA)는 관세 부과 후 업체들이 결혼 관련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10~40% 정도 인상한 것으로 파악했다. NBRA는 국내 판매용 드레스의 90%가 중국산인 데다 유럽산에 대한 관세 20% 부과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미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는 드레스, 장식, 기념품, 양초 하나까지도 가성비를 따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레딧에는 예약한 유럽산 웨딩드레스 가격이 관세 부과를 이유로 들며 1500달러나 올랐다는 글도 최근 게재됐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비싼 유럽산 웨딩드레스 대신 아마존에서 100달러대 드레스를 고르고, 프랑스산 와인 대신 미국산 와인으로 대체하는가 하면 장미꽃 아치 장식 대신 카네이션 꽃병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많다”며 “예비부부들이 예산 부담 속에 소비 계획을 실속형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4일부터 미국과 중국이 90일 관세 유예 시행을 시작했지만, 관세 영향은 이미 많은 결혼식 비용에 반영돼 가성비 결혼식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혼 장식용 꽃값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부케만 준비하거나 꽃장식을 최소화하는 추세다. 특히 장미 가격이 급등하자 75%정도 저렴한 카네이션을 찾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다.

그레이스 황 계정자 꽃집 대표는 “유럽과 에콰도르 등에서 수입하는 고급 웨딩용 꽃 가격이 관세 영향으로 급등했다”며“최근엔 꽃 아치 장식을 생략하고 부케만 준비하는 예비부부가 많다”고 말했다.

웨딩 가구나 식기 렌털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맞춤형 의자나 고급 린넨 등은 렌털 비용이 최대 40%나 뛰었다. 이처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트레이더조나 코스트코에서 직접 꽃을 구입해 부케를 만들고, 중고 상점에서 장식을 마련해 결혼식장을 꾸미는 ‘셀프 웨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결혼 비용을 줄이는 대신, 기억에 남을 특별한 이벤트에 집중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로라 박 이화 웨딩 앤 한복 대표는 “타인종과 결혼하는 예비부부들의 폐백 요청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특히 스몰 웨딩에서 한국 전통 혼례 예식인 폐백이 특별한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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