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80cm, 토익 850점, 문송합니다"…요즘 한국 남자들 일본으로 떠나는 이유가

2025-12-16

최근 일본에서 취업과 결혼을 희망하는 한국인 남성이 꾸준히 늘고 있다. 치열한 한국 취업 시장과 높은 결혼 부담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삶의 조건을 갖춘 일본이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일본 매체 슈에이샤온라인에 따르면 일본에서 일하거나 정착을 희망하는 한국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일본 후생노동성의 외국인 고용 현황을 보면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2020년 약 6만9000명에서 2024년 약 7만5000명으로, 4년 만에 약 8% 늘었다.

◇ “토익 850점, 키 180cm”…한국 취업에 지쳐 일본행

매체는 한국의 혹독한 취업 환경이 일본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일본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남성 최건우 씨(34·가명)는 한국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했지만 국내 취업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 씨는 “서울의 특급 호텔 10곳에 지원해 1곳만 합격했다”며 “토익 850점 이상을 요구하는 곳이 많았고, 외모를 중요시해 남성은 키 180cm 정도가 기준이라는 말도 있었다”고 했다. 어렵게 취업했지만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에 지쳐 결국 한국을 떠났다고도 털어놨다.

현재 일본의 부동산 관련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급여는 비슷하지만 일본 기업은 사생활이 지켜지고, 퇴근 후나 휴일에 연락이 거의 없다”며 “이 생활에 익숙해지니 다시 한국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취업 지원 서비스 ‘코렉(KOREC)’에서 근무하는 이지훈 씨는 “한국에서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과 취업이 극도로 어렵다”며 “대기업 쏠림과 직무 진입 장벽이 높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 결혼 조건 상대적으로 유연” …한·일 커플 급증

일본 정착을 택한 한국 남성들 사이에서는 일본 여성과의 결혼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결혼은 1176쌍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지훈 씨는 “일본 취업 희망자의 절반가량은 ‘일본인 연인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며 외국어 교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만남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문화적으로 잘 맞고, 일본 여성들은 경제적으로도 자립적인 인상이 강하다"며 한국 남성들이 느끼는 매력을 설명했다. 최 씨 역시 일본어 교류 앱을 통해 만난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남성에게 요구되는 주거·경제적 부담이 큰 반면, 일본은 결혼에 대한 조건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군 복무를 통해 책임감과 조직 경험을 쌓은 한국 남성들이 일본 사회에서 성실한 인재로 평가받는 점, K-드라마와 K-팝의 영향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외국인과의 공존이 화두가 된 일본 사회에서 한국 청년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양국 간 상호 이해와 교류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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