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공사, 3기 신도시 대신 서울 재개발·재건축 집중
- 대외적 ‘서울 전문가 조직’ 강조, 실제는 재정 부담·정책 차이 고려한 결정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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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SH와 LH간의 주택 공급 역할이 분명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SH공사는 최근 '서울주택도시 '개발' 공사'로 9년만에 사명에 '개발'을 추가하며 전략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정부나 LH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는 한편 "서울 내 주택 공급에 집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SH의 변화에는 실질적으로는 재정 부담과 정치적 리스크 회피, 서울시의 자체 공급 전략 강화 등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서울 임대주택 사업 LH 주도, 열세였던 SH의 입장 변화
과거 서울 내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사실상 LH가 주도했다. LH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으로 전국 단위 주택 공급과 택지 개발을 담당하며, 보금자리주택·국민임대주택·행복주택 등 대형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위례, 판교, 미사, 광교 등 수도권 주요 신도시 개발을 통해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
반면, SH공사는 서울시 산하 기관으로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서울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지역이 많아 대규모 택지 조성이 어려웠고, 재정적으로도 LH보다 열세였다. 이에 따라 SH는 기존 주택을 활용한 장기전세(미리내집)와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 방식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SH공사의 입장이 변하고 있다. SH는 3기 신도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그 이유로 "SH는 서울에 특화된 전문가 조직"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 같은 결정에는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재정 부담이 크다. 3기 신도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으로, SH공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최근 SH는 부채 감축과 신용등급 회복에 집중해왔고, 무리한 확장보다는 기존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째, 정치적·행정적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3기 신도시는 국토부와 LH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SH가 참여할 경우 중앙정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일정 부분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SH공사가 3기 신도시에 참여하면 불필요한 정치적 책임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셋째, 서울시 자체 공급 정책을 강화하는 흐름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SH를 활용한 서울 내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으며, 장기전세주택(미리내집)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 SH공사가 3기 신도시에 투자하면 서울 내 공급 확대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넷째, 3기 신도시의 시장성이 불확실하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3기 신도시의 분양성과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SH공사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참여할 이유가 적어진 셈이다.
LH와 SH의 역할 분리 가속화 전망
이번 결정으로 SH공사는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및 장기전세주택 공급에 집중하고, LH는 3기 신도시 및 수도권 공급을 맡는 구조가 명확해졌다. 과거에는 LH가 서울 내 임대주택 사업에서도 큰 역할을 했지만, 최근 SH가 자체적인 공급 모델을 확대하면서 서울 내부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모습이다.
특히 SH는 2024년 12월 황상하 신임 사장 취임 이후, 서울시 내 공공주택 공급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SH의 사업 방향이 서울 내부 재개발·재건축과 미리내집 확대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LH의 공공분양 아파트인 '안단테'가 사실상 실패한 브랜드가 된 가운데 현재 정책명으로 사용되고 있는 SH의 '미리내집'이라는 명칭이 향후 장기적으로 긍정적 브랜드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해 볼 부분이다.
SH의 이번 결정이 서울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LH와의 역할 분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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