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스파이 전쟁’ 탐구
〈제4부〉스파이 잡기 30년,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의 비망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함께 국내에서 ‘노동 존중 사회’를 이끌어 가는 양대 단체 중 하나다. 1995년 창립된 민주노총은 2019년 3월 조합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70만 명에 못 미쳤으나 2017년 71만1000명으로 뛴 데 이어 1년 만에 96만8000명으로 36%나 급증했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 매달 내는 회비는 1450원. 비정규직은 1250원, 최저임금 노동자는 860원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의 회원 수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08만6618명이다. 1년에 조합비로만 190억원가량 들어오는 셈이다.

국가정보원에 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있다는 점이 포착된 것은 회원 수가 급증한 2017년 하반기였다. 민주노총 본부 9개실 중 하나였던 조직쟁의실에서 국장을 지냈던 석모(55)씨가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날 것이라는 첩보가 접수됐다. 석씨의 부친(1932~2022)은 1980년 진도 간첩단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 재심 재판이 2010년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국정원에서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꽤 있었다.
접선 날짜는 2017년 9월 11일 월요일. 캄보디아는 경남 ‘창원간첩단’(2016년 3월)과 제주 이적단체 ‘ㅎㄱㅎ’(2017년 7월), 청주 이적단체 ‘충북동지회’(2018년 4월)가 북한 공작원과 접선 장소로 활용했던 국가다. 국정원에서 2017년 이후 대공수사처장과 단장을 맡으며 수사를 지휘했던 하동환 전 대구지부장은 북한 공작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직감했다. 캄보디아에서 접선 장면을 채증하고 있던 후배 수사관들에게 곧바로 귀국하지 말고 북한 공작원 뒤를 계속 미행하라고 지시했다.

석씨는 2024년 11월 수원지법 1심 판결에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1심(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보다 더 무거운 형량이 나와 국정원 내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하동환은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계획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경우라면 징역 15년까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022년 10월 일어난 이태원 참사를 겨냥해 내려온 북한의 지령문에 특히 주목했다. 법원은 “온 국민이 함께 슬퍼하며 애도 기간에 있던 상황에서도 유족들 단장(斷腸)의 고통을 오로지 대정부 투쟁의 수단으로 삼았다”고 꼬집었다. 판사가 어미 원숭이가 자식을 잃고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을 느낀다는 사자성어 단장지애(斷腸之哀)를 인용해 양형 이유를 설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음은 이태원 참사 17일 뒤 내려온 북한 지령문 일부다.
이번 특대형 참사를 계기로 사회 내부에 2014년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과 같은 정세 국면을 조성하는 데 중심을 두고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로 분출시키기 위한 조직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했으면 합니다.

“국민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퇴진이 추모이다”의 구호들을 전면에 내걸고 역도 놈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 촛불시위, 추모문화제와 같은 다양한 항의 투쟁들을 집중과 분산의 원칙에서 지속적으로 전개해 전반의 민심을 힘있게 견인해 나가며 이와 함께 ‘10·29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에도 적극 참가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는 지난 번에 활동 방향을 제시했으므로 다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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