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뉴스가 맛있다]8월 마지막 주 : 한미정상회담, 국힘 당대표, 노란봉투법에 대하여

2025-08-27

1.

하지만 결과는,

출처-<연합뉴스> 링크

누군가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고, 다른 누군가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정상회담 전 올라온 트럼프의 SNS 게시물에 신이 났던 분들은 그야말로 좋다 말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트럼프 앞에서 모욕과 조롱을 당하는 그림을 고대했던 자들이 분명 있었다.

작금의 국제정세는 트럼프가 전세계를 줄세워 놓고 차례차례 삥을 뜯는 형국이다. 삥을 뜯기는 것만으로 서러운데 자칫 잘못하면 모욕과 멸시를 덤으로 얹거나 웃는 얼굴로 돌아섰다가 뒤통수를 후려맞는 수도 있다. 트럼프는 상대국 정상 면전에서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 대씩’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던 외교 상식 밖에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내외신의 평가는 대체로 ‘대한민국의 선방’으로 모아졌다. 방금 이야기했듯이, 현재 시점에서 트럼프를 만나는 상대국 정상은 면전에서 험한꼴만 당하지 않아도 최악은 면하는 상황이다.

정상회담 중에 트럼프가 무리한 요구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면 그때부터는 성과라 부를 만하다. 통상 분야에서는 농축산물 추가 개방이라든지 약속한 대미 투자액을 당장 현찰로 꽂으라든지 하는 요구가 우려되는 지점이었다. 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분담금 증액 문제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거론되면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특히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중국이 엮여 있는 문제여서 풀어내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런 주제들은 정상회담 중에 언급되지 않았다. 이렇게 일방적인 관계 속 협의에서 민감한 주제는 아예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는 게 좋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트럼프를 만나는 상대국 정상에게 미국으로부터 뭘 얻어내느냐는 전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전적으로 얼마나 덜 뜯기느냐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뜯기는 입장에서 합의문 작성은 내가 반드시 얼마를 어떻게 바치겠다는 문서화된 약속이다. 이럴 땐 차라리 합의문을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양국 사이 혹은 제 3국과 문제가 될만한 일이나 말을 만들지 않고, 미국이 들이미는 독한 청구서에 가급적 도장을 찍지 않아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트럼프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다. 시간을 벌면서 상황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성공적이었다. 내외신의 평가 또한 ‘대한민국의 선방’으로 모아졌다.

트럼프는 밑도 끝도 없이 굽신굽신하는 상대는 아예 짓밟아버리는 고약하기가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인물이다. 정상회담 시종일관 이재명 대통령은 열과 성을 다해 그가 듣고서 좋아할만한 칭찬을 쏟아냈다. 삐끗하면 국운이 휘청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모습이 눈물겨울 지경이었다.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의 운명을 걸고 한미 정상회담에 임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겨우 수렁에서 건져내자마자 준비할 겨를도 거의 없이 나선 길이었다. 그 모든 상황과 과정이 짠하다.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한 강훈식 비서실장은 ‘끊임없는 협상이 트럼프 시대의 뉴노멀’이라고 말했다. 협상의 종지부 없이 계속해서 통상, 안보 사안을 논의하게 될 거란 얘기다.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한미 협상의 변수로 작용하게 되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한미 관계는 물론 한일 관계, 한중 관계가 트럼프의 청구서 내용을 수시로 바꿀 것이다.

2.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가 한국과 미국의 국내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만 있다면 당장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는 세력이 국내에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이들이 미국 내 극우 세력과 결탁해 트럼프 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상회담 전 트럼프가 올린 SNS 게시글이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번에는 잘 대처해서 넘어갔지만 뒷일은 장담할 수 없다.

출처-<조세일보> 링크

이들의 존재는 트럼프에게 꽤나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미 브라질을 상대로 비슷한 카드를 활용했다. 복음주의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브라질 극우 세력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비호하며 룰라 대통령의 브라질 정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

트럼프는 자기방식대로의 손익계산에서 확실하게 이익이라는 판단이 서면 언제든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자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극우 세력이 미국 내 ‘MAGA’ 진영과 연계해 트럼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하는 메세지를 트럼프가 믿던 믿지 않던 언제든지 명분으로 활용해 대한민국과의 협상에서 무기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대한민국 보수 언론과 제1야당이 쌍수를 들고 화답하며 이재명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다. 이번 트럼프의 SNS 게시글이 정말 오해의 산물이었는지 신형 무기의 시험 발사였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트럼프의 SNS가 올라가기 무섭게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했다가

망신당한 대표적인 제1야당 정치인들

그렇다고 당장 이들을 어찌할 수도 없는 노릇. 이래저래 대미 협상의 난이도만 잔뜩 높아진 상태로 이번에 그랬던 것처럼 있는 가용한 모든 노력과 아이디어를 쏟아부어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다. 또 짠하다.

3.

출처-<연합뉴스> 링크

제1야당의 당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출범한지 100일도 되지 않은 정부를 끌어내리겠다고 선언했다. 당장 개헌 저지선도 간당간당한 의석수를 가진 야당이 도대체 무슨 수로 멀쩡한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게 바로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국힘의 망조를 입에 올리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만 이건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겠다. 국힘의 망조는 국힘 정치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국힘은 당원에 의해 철저히 망해가고 있다. 윤석열을 대선 후보로 세운 것도, 국힘을 윤석열 대통령 거수기로 만든 것도, 국힘 의원들이 마음 놓고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거리로 뛰쳐나간 것도, 당장 윤석열 면회부터 가겠다는 후보를 당대표로 선출한 것도 결국 국힘 당원이다.

국힘 의원을 향한 특검의 수사가 목전에 와 있는데 국힘 의원 나경원, 주진우는 트럼프 SNS에 얼씨구나 하면서 ‘트황상의 구원’을 앙망한다. 뭐 달리 빠져나갈 뾰족한 수가 안보이는 마음은 이해하겠다만 도박빚에 쫓기는 자가 전재산으로 로또를 사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는 물론 존재할 법적 근거조차 희박해진 국힘이 장동혁 당대표화 함께 더욱 가열찬 자멸의 길로 달려가는 모습이 몹시 흥미진진한데, 그러면서도 이게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라고 하니 한 편으로는 씁쓸해서 짠하다.

4.

출처- 링크

한일, 한미 정상회담 이슈 때문에 거리감이 생기긴 했지만 우리가 흘려보내서는 안될 뉴스 가운데 하나가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로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범위를 법으로 제한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기업은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들에게 많게는 수십 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사실상 노조의 단체 행동을 위축시켜왔다. 일종의 본보기가 된 당사자들은 가족과 함께 경제적 파탄을 감내하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렸다.

이를 두고 기업과 보수 언론은 노란봉투법이 노조에게 무한파업권을 쥐어주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처럼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당장 노조가 회사를 때려부숴도 물어내게 할 방도가 없다’는 과장도 나온다.

두 번째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협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원청 기업의 의지에 따라 노동환경과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그동안 부모를 부모라 부를 수 없었던 홍길동마냥 요구를 들어줄 당사자에게 요구할 수 없었던 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 교섭권이 보장되는 결과다.

여기에도 기업과 보수언론의 공포에 가까운 우려는 존재한다. 이제 원청 대기업이 수십 곳이 넘는 온갖 하청 업체의 교섭 요구에 시달려 제대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논리다.

재계와 보수 언론은 이런 협박성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노란봉투법 때문에 국내에서 기업하기 너무 어려워진 나머지 이제 한국을 버리고 해외로 다 빠져나갈 거란다. 과연 그럴까.

노란봉투법으로 국내에서 기업하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사실인데, 그동안 너무 쉽게 해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을 피해 기업하기 더 나은 해외로 간다면 어디로 가겠나. 우리보다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는 이미 나갈만큼 다 나갔지 않나? 더 나간다 한들 그 나라 정부는 자국민이 파업했다가 외국 기업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액을 청구당하면 가만 놔두고 볼까. 그렇다고 유럽이나 미국으로 갈거?

제법 중립적인 티를 내며 노란봉투법의 득실을 요목조목 따지면서, ‘이게 참 어려운 문제고 기업이나 노동자의 말 모두 일리는 있다’하면서, 미간을 잔뜩 찌푸린 끝에 기업 환경 운운하며 결국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전문가’님들이 있다.

노란봉투법 하나만 놓고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기 좋네 나쁘네 하는 건 함정이거나 무지한 거다. 세상은 복잡하고 복잡한만큼 우리가 살펴야 할 다양한 측면이 있다. 노란봉투법처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행동 범위를 제한하고나 책임을 지우는 법이 있는 반면 기업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여러 정책과 혜택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안전망이다. 자꾸 여기에 시비를 걸지말고 기업하기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다른 여건을 더 만들어달라고 떼를 쓰길 바란다.

2003년, 대학시절 캠퍼스에 한 노동자의 죽음이 알려졌다. 배달호. 두산중공업 노동자였던 그는 정리해고에 저항하며 파업에 참여했다. 회사는 노조에 청구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조합원 임금 53억 원을 가압류했다. 그로인해 6개월 동안 일을 하고도 제대로 입금을 받지 못한 그는 1월 9일 새벽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내 노동자광장에서 분신했다. 22년 전 일이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서 그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22년 전 학교에서 보았던 그의 영정 사진을 관련 기사에서 다시 만났다. 마음이 저릿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좋은데, 사람이 살만한 나라가 먼저 되어야 하지 않겠나.

편집 : 임권산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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