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그렇게 20년이 지났다···‘은둔 중년’ ‘고립·은둔’ 최적화 나라 韓, 청년 인구 5%는 은둔 中

2025-05-16

16일 KBS1 ‘추적60분’ 1411회는 ‘그렇게 20년이 지났다-은둔 중년’이 방송된다.

대한민국 청년 100명 중 5명은 고립·은둔 상태에 놓여있다. 마음의 빗장을 걸고 웅크린 사람들. 방 안에서 나올 수 없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그들 마음속에는 공통적으로 좌절과 불안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 삶이라는 긴 항해에서 나침반을 잃은 채로 표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적 60분’이 기록했다.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그들은 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나.

은둔의 중년화, 제도의 사각지대

최근 고립·은둔생활인 지원센터에는 70대 부모의 상담 전화가 늘었다. 청년 인구 중 5% 넘는 사람들이 고립·은둔 상태에 놓여있는 현실. 고립이 장기화돼 어느새 중년이 된 ‘중년 은둔자’ 역시 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지원 제도는 전무하다. 서울 소재 고립·은둔 청년 쉼터 ‘두더집’에도 중년들의 방문이 늘었다. 이곳은 청년을 대상으로 운영되지만, 중년 방문자들의 사정을 잘 알기에 차마 그들을 돌려보내지 못한다. 관계자는 도움의 손길을 찾는 이들에게 제도적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립·은둔하는 아들을 둔 70대의 어머니를 만났다. 착하고 성실하기만 했던 아들은 오랜 수험생활과 잇따른 실패로 좌절한 후 은둔하기 시작했다. “내 새끼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라는 어머니. 이제 아들은 부모마저 피하는 지경에 이르러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지경”이라고 어머니는 말한다. 왜 밖으로 나오지 않는지 어머니는 답답하지만, 아들 속은 알 수 없다. 일흔이 넘은 노모는 자신이 부재했을 때 아들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에 도움을 구해야 할지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80대 노부모가 50대 은둔형외톨이 자녀를 부양하는, 이른바 ‘8050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연금으로만 생활하는 부모가 자식 생계까지 책임지다 결국 함께 빈곤해지게 되는 이 현상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늘어나는 중년 은둔형외톨이 숫자만큼 한국에서도 8050문제가 재현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고립·은둔에 최적화된 나라, 한국에 사는 중년들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무엇일까. 은둔 20년째라는 박오현(가명) 씨는 연로하신 부모님의 얼굴을 보기가 미안해 오늘도 방에서 자는 척을 한다. 가족들이 모두 나가면 거실에 나와 TV를 보는 게 일과의 전부라는 그는 젊은 시절 개그맨을 꿈꿨던 밝은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매시간 챙겨 먹는 약들이 그의 고된 마음을 대변했다. 오랜 자책 끝에 이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상태에 다다랐다. 하루에도 수차례 창밖을 보며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오현 씨.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이 두려운 건 왜일까. 당장 벗어나고 싶지만. 무기력에 잠식되기라도 한 듯 오현 씨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한국은 고립·은둔이 심각해질 수 있는 최적의 나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정형화된 삶의 시간표. 끊임없이 뭔가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능력주의는 한국 사회에 은둔 문제를 불러왔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흘러가 버린 시간. 뒤늦게 따라잡기에 ‘평범’은 너무나 먼 이야기가 됐다.

“고립·은둔이 심각해질 최고의 나라다. 이건 굉장히 슬픈 해석이잖아요” (김혜원 호서대학교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

반복되는 은둔, 세상과 연결되는 문을 열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부모가 보살펴줘서’라는 것이다. 가족의 도움 없이 은둔하는 사람도 있다. 생활비를 위해 잠깐 일하다 다시 은둔생활로 돌아가는, 이른바 재은둔 하는 이들을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희원(가명) 씨는 10년 넘게 은둔과 비은둔을 오가며 생활했다. 현재는 주 3일 서류 송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회복한 그는 홀로 은둔하는 것은 더 큰 고통이라 이야기한다. 마음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일을 나가도 결국 오래지 않아 그만두게 된다. 그러고나면 더 큰 좌절이 찾아온다.

전문가들 역시 은둔형외톨이를 몰아세우는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한다. 이는 그들의 심리적 저항과 사회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우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외적 상태로만 그들을 판단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그들의 마음을 살피고,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임을 강조한다.

“그러면 제 생각으로는 극단적으로 자살이 늘면 늘지, 이들이 그걸 헤쳐나가는 것을 안 하는 게 아니거든요. 부모님들 같은 경우에도 답답하시니까, ‘너 내쫓고 내가 지원 안 할 테니까 정신 차려’ (그렇게 하면) 악화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김혜원 호서대학교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

은둔은 더 이상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삶의 흐름에서 한 걸음 어긋날 수 있으며,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내일을 바라지 않는 이들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홀로 선 외딴섬 ‘그렇게 20년이 지났다 은둔 중년’편은 5월 16일 금요일 밤 KBS1에서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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