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긴급행동지침(SOP) 개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ASF가 양돈장에서 발생했을 때 내려지는 출하제한 기간을 축소하는 등 방역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한돈협회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ASF SOP 개정안을 마련해 관련 단체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농식품부는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2018년 SOP 제정에 착수해 같은 해 8월 배포했다.
이후 2019년 7월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주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한차례 개정했고, 2021년·2023년에도 방역대 설정과 살처분 규정 등과 관련해 한차례씩 개정한 바 있다.
개정안은 그동안 강화돼온 방역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농식품부는 올 7월·9월 현장 전문가 회의를 잇따라 열어 ASF SOP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규제로 농가와 방역당국 피로도가 극에 달한 만큼 개정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이같은 현장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ASF 발생 때 농가에 적용되는 출하제한 기간을 대폭 축소했다. 생산자들은 그동안 출하제한 기간이 과도하게 길어 적정 출하시기를 놓치는 등 경제적 손실이 크다며 개정을 요구해왔다.
현행 SOP에 따르면 양돈장에서 ASF가 발생했을 때 관리·보호 지역 내 양돈농가들은 정밀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면 살처분 등 방역조치가 완료된 날로부터 21일 후 도축장출하승인서를 발급받아 권역 내 지정도축장으로 출하할 수 있다.
개정안은 정밀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면 ASF가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14일 후부터는 동일한 절차를 밟아 출하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 ASF 발생일로부터 방역조치 완료일까지 최소 수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하 가능일이 10일 이상 앞당겨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장·도축장 역학농장의 출하 가능일 기준도 방역조치 완료일에서 ASF 발생일로 변경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새끼돼지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돼지 생축의 이동제한 기간도 21일(방역대 내 농가 기준)에서 14일로 줄였다.
또한 도축장 역학농장에 대해서는 같은 권역에 있는 지정도축장에만 출하하도록 한 기존 규정을 바꿔 거리가 더 가깝다면 타 권역에 있는 도축장에도 사전 협의를 거쳐 출하할 수 있도록 했다.
올 10월 정부가 발표한 ‘양돈농장 남은 음식물 사료 급여 관련 방역관리 강화방안’도 개정안에 추가했다. 기존에는 위기경보단계 가운데 ‘심각’ 때에만 남은 음식물을 양돈장에 반입 금지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선 남은 음식물의 양돈장 반입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고, 대신 농식품부가 마련한 ‘남은 음식물 사료 급여 농가 방역관리 매뉴얼’에 따른 정기 점검과 사후관리를 통과한 농가에 한해서만 선별적으로 반입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개정안에 대해 생산자단체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출하제한 기간이 단축되면 농가들의 손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관계자는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방역 우려가 발생하지 않게끔 SOP를 개정할 계획”이라며 “이달 중 개정안을 공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