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블로는 올해 LVMH 워치 위크(LVMH 그룹 내 시계 브랜드 신제품 발표 행사) 출품작을 통해 브랜드가 보유한 기술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메카-10 시계의 무브먼트 소형화에 성공했고, 삭셈(SAXEM)이라 불리는 투명한 신소재로 초록빛을 발하는 시계를 내놨다. 컬러 세라믹 시계 대가답게 새로운 컬러를 입힌 스피릿 오브 빅뱅 컬렉션도 흥미로운 새 모델이다. 무브먼트 구조부터 케이스 소재까지 기존 기계식 시계의 공식을 깨뜨리는 위블로의 장기를 올해도 발휘한 셈이다.
LVMH 워치 위크 ㅣ 위블로

하지만 위블로의 2025년 본격적인 행보는 아직 시작 전이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지금의 위블로를 만든 ‘빅뱅(Big Bang)’ 컬렉션이 탄생한 지 올해로 만 20년이 됐기 때문이다. 빅뱅은 브랜드의 핵심 철학인 'Art of Fusion'에 가장 잘 들어맞는 시계로, 다층으로 이뤄진 입체적이며 대담한 크기의 케이스가 특징이다.

지난 2월 최고경영자 줄리앙 토나레가 서울을 찾았다. 위블로에 매우 중요한 한국 시장을 둘러보는 동시에 새 시계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는 “20년 전 워치메이킹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나온 빅뱅이 다시 한번 ‘빅뱅’(폭발 혹은 강렬한 변화의 의미) 할 것”이라 말하며 빅뱅 컬렉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빅뱅 20주년 컬렉션은 4월 워치스&원더스 제네바 시계 박람회에서 공개된다.
무브먼트 개편과 사이즈 줄여 다시 나온 빅뱅 메카-10
빅뱅 메카-10은 해체와 조립을 통해 특정 구조물을 만드는 장난감 메카노에서 영감 받아 완성했다. 층층이 쌓아 올린 부품이 한눈에 보이는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이를 에워싼 빅뱅 특유의 입체적인 케이스가 조화를 이룬 모델이다.

첫 모델이 나온 건 2016년이다. 케이스 크기는 지름 45mm로 오리지널 빅뱅 시계의 크기를 따랐다. 올해 선보이는 빅뱅 메카-10은 3mm를 줄인 42mm다. 손목 위에 올렸을 때 크기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위블로는 케이스 사이즈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시계 핵심인 무브먼트를 개편했다. 남은 동력 시간을 알리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의 위치 변경(6시에서 3시 방향으로)이 눈에 띈다.

다이얼 위로 보이는 빈 곳을 늘려 뼈대만 남기는 스켈레톤 시계의 특성을 살린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브리지를 비롯해 주요 부품의 마감도 장인의 손을 거쳤다. 케이스가 작아진 만큼 무브먼트에 쓰이는 부품도 작고 얇아져야 한다. 이쯤 되면 무브먼트 수정보다는 새 무브먼트 개발에 가깝다. 시계 이름에 맞게 메카-10의 파워리저브는 10일이다. 풀 와인딩 시 10일간 시곗바늘이 멈추지 않는다는 얘기다. 위블로 측은 실제 파워리저브는 이보다 길지만 정확한 시간 측정을 위해 남은 동력 표시 범위를 10일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케이스는 위블로의 독자적인 금 소재인 ‘킹 골드’, 가볍고 피부 자극이 적은 ‘티타늄’, 강하며 제품마다 무늬가 다 다른 ‘매트 블랙 프로스티드 카본’ 3가지로 선보인다. 각 케이스에 맞춰 무브먼트 색에도 변화를 줬다. 특허받은 원 클릭 시스템을 활용해 스트랩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새 빅뱅 메카-10의 매력이다.
초록빛을 머금은 빅뱅 투르비용 오토매틱 그린 삭셈
위블로는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세라믹 케이스 제조에 일가견이 있다. 이 소재로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는 여럿이지만 위블로처럼 다양한 색을 내는 브랜드는 없다. 삭셈이라 불리는 소재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 것도 위블로다.

삭셈은 강도와 투명도 등 그 성질이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비슷하지만 분자 구조가 다르다. 결정체의 모양도 다른데, 사파이어는 피라미드 형태, 삭셈은 입방체다. 위블로 측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삭셈을 가공했을 때 사파이어 크리스털보다 더욱 강렬한 색을 띤다고 밝혔다. 지름 44mm의 케이스 안에는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스켈레톤 투르비용 무브먼트가 있다. 무브먼트와 다이얼은 블랙 톤으로 마감해 케이스의 초록빛과 대비를 이룬다. 이번 공개를 앞두고 18점만 한정 제작됐다.

독보적 세라믹 컬러를 입힌 스피릿 오브 빅뱅 크로노그래프
2014년에 처음 나온 스피릿 오브 빅뱅은 원형이 아닌 케이스로 만든 위블로 최초의 컬렉션이다. 와인을 숙성하는 배럴처럼 중간이 볼록한 디자인으로 층을 이룬 케이스 구조, 베젤 위 6개 스크루 장식 등 위블로 시계의 디자인 코드는 유지하되 빅뱅 컬렉션과는 다른 매력을 준다.


올해 LVMH 워치 위크에선 3가지 색을 각각 입힌 세라믹 케이스 버전을 공개했다. 샌드 베이지, 다크 그린, 스카이 블루 등 그간 빅뱅 컬렉션에서만 쓰인 색이다. 시계의 심장은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있는 HUB4700이다. '하이비트'라 불리며 시간당 3만6000회 고속 진동하며 정확성을 끌어 올린 무브먼트다. 시곗바늘과 서브 다이얼, 스트랩 등 주요 부품 색을 케이스와 맞춘 것도 이 시계의 매력이다. 컬러마다 200점씩 생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