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곳에서는 이런 대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에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은 지난 5월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제11회 소프트웨어사고력올림피아드(SWTO)에 참가한 한인 학생의 학부모 말이다. 올해 11회를 맞은 SWTO는 베트남 호찌민시에서도 열려 처음으로 해외 한인학생도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을 비롯해 12개 도시에서도 동시 개최했다.
SWTO는 국내 유일 초·중학생 대상 SW사고력 경진대회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겨루는 대회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여한다. 인공지능(AI) 시대,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적합한 '컴퓨팅 사고력(CT:Computational Thinking)' 교육이다.
호찌민시에는 약 10만명의 한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한인학생만도 수천명에 이른다. 호찌민시에 위치한 대표 한인학교 호찌민시한국국제학교 전교생(유치~12학년)만도 2000명이 넘는다. 여기에 다른 한국학교와 국제학교에 재학중인 한인학생을 포함하면, 상당한 규모다.
호찌민시는 베트남 경제수도로 불릴 정도로 발전된 도시다. 소득 수준과 물가도 다른 도시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러한 호찌민시에도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CT 교육이다. 국제학교에서 영어나 수학 영역은 충분한 교육을 받지만, CT 교육은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사교육 시설도 많지 않다.
더욱이 한인학생 상당수는 기업 및 기관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파견자 자녀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국으로 복귀해야 하는 학생이 많다. 몇 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를 다니면, CT 교육은 기존 학생에 비해 뒤처질 수 밖에 없다. 베트남에 있는 많은 한인 학부모는 한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CT교육을 자녀도 받게 하고 싶지만, 방법이 별로 없다. 베트남에 있는 동안, 내 자녀만 미래 인재교육에 필요한 CT교육이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처음 SWTO가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한인학생 대상 무료로 열린 것이다. 짧은 홍보기간에도, 호찌민시 거주 한인학생 300여명이 참여했다. 호찌민시한국국제학교가 공동 개최기관으로 참여해 학교 시설을 제공했다. 교사들이 감독관으로 참여하고, 고등부 학생들이 운영인력으로 도왔다. 호찌민시 거주 한인 초·중학생에게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을 경험시켜 주기 위해서다.
호찌민시 거주 초·중학생 대상 무료 SWTO 개최는 호찌민시한국국제학교를 비롯해 현지 많은 한인사회가 도왔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호찌민IT지원센터는 호찌민에 진출한 기업의 자녀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대회를 후원했다. 호찌민시한국교육원과 현지 한인매체인 신짜오베트남, 라이프플라자 등도 호찌민시에서 열리는 SWTO를 적극 알렸다.
대회 후 한인사회에서 SWTO에 대한 반응이 좋다. 내년에도 꼭 개최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도 많다. 해외에 가족이 모두 나와, 혹시 우리 자녀만 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는데, SWTO가 열려 걱정이 덜어졌다는 학부모도 있다.
내년에는 호찌민시와 하노이시 두 도시에서 동시 개최한다. 물론, 거주하는 한인 초·중학생 대상이다. 접수비는 올해와 같이 무료다. 가능한 많은 한인학생에게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 주최 측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 정부와 현지 기관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줘야 한다. 해외 거주 한인들은 우리나라를 위해 살고 있는 동포들이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