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투자 효율 개선은 누구에게 이득인가

2024-11-25

아자 래스킨은 2006년, 22살의 나이에 ‘무한 스크롤’을 발명했다. 지금은 당연한 기능이지만 당시는 웹페이지가 여러 페이지로 분리돼 있었다. 화면 맨 밑에 도착하면 버튼을 클릭해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이 버튼 덕분에 잠시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나는 계속해서 이걸 보고 싶은가?’ 래스킨은 이 질문이 필요 없는 코드를 설계했다. 뉴스 기사를 읽기 위해 신문사 사이트를 열었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가 읽을 상당량의 글이 다운로드된다. 손가락을 움직여 아래로 읽어 내려간다. 맨 밑에 도착하면 내용이 또다시 자동으로 다운로드된다. 끝을 볼 수 없다. 스크롤은 무한히 계속된다.

지금 40세인 래스킨은 이때만 해도 자신이 모두의 삶을 더 쉽게 만들고 있다고 믿었다. 접근 속도와 효율의 향상은 늘 진보라고 배웠다. 그의 발명은 순식간에 인터넷 전체로 퍼졌다. 머지않아 그는 주위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화면을 내리며 전자기기에서 손을 떼지 못하며 시간을 보냈다. 래스킨은 이렇게 아쉬워한다. “사라진 이 시간을 가족과 함께하거나 사회적 유대감 강화에 썼을 수도 있어요. 그게 뭐든 더 좋은 삶을 사는 데 쓸 수 있었죠.”

연금과 투자 시장에 대한 접근 속도와 효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매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급증, 퇴직연금 금융회사에서 다른 금융회사로 이동할 때 현금화하지 않고 투자한 그대로 이동할 수 있는 실물이전 서비스의 도입이 대표적이다.

물론 ETF는 분산 투자로 위험을 줄이는 등 장점도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ETF의 전기차 등 특정 섹터에 대한 과열된 집중 투자나 잦은 매매가 발생하며, 적지 않은 연금 가입자들이 큰 손실에 빠져 있거나 별반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실물이전 서비스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가입자 중심의 서비스 경쟁보다는 광고와 마케팅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커피 쿠폰 제공과 같은 이벤트나 과장된 이미지 홍보는 가입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쓴 요한 하리는 페이스북과 같은 기술 기업들의 돈 버는 방식을 비판했다. 우리의 집중력을 좀 먹는 기술 작동방식은 실리콘밸리의 선택이며 실리콘밸리가 그렇게 하도록 허용하는 사회 전반의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연금시장에서 ETF 확대나 실물이전 서비스 등으로 접근의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연금 가입자에게도 진보일까? 한번쯤은 이러한 막연한 믿음에 대해 의심해 보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연금 가입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지 말이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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