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美 ESS에 K배터리 기회? LG엔솔, 역대 최대 규모 수주

2024-11-14

“한국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공략하는 사업 재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1일 한국경제인협회 초청으로 열린 좌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으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니 배터리 기업들이 ESS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 움직임이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가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회사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이다. 버테크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미국 ESS 시스템통합(SI) 기업 NEC에너지솔루션을 인수하며 출범한 ESS SI 전문 법인이다.

이번 계약 물량의 공급 기간은 2026~2029년이다. 공급 물량 8GWh은 약 8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ESS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고용량 LFP(리튬·인산·철) 롱셀 ‘JF2 셀’이 적용된 컨테이너형 모듈러 제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건 공장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에 따라 맞춤형 제품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LG에너지솔루션은 밝혔다.

김형식 LG에너지솔루션 ESS전지사업부 상무는 “테라젠과의 이번 협력이 북미 지역뿐 아니라 전세계로 ESS 사업 역량을 확대해 나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중국 고율관세 때 반사이익

트럼프의 당선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ESS 시장은 한국 배터리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9월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에 25%의 추가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하지만 ESS용 배터리에 대한 추가 관세는 2026년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 배터리사들이 미국 ESS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장애물이 없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ESS 배터리 출하 실적은 CATL과 BYD가 1, 2위로 전체의 52%를 차지할 정도다. 한국 업체 점유율은 9%에 불과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국산 ESS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 업체들에겐 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특히 미국 내에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업체는 대(對) 중국 관세의 반사 이익이 클 전망이다.

삼성SDI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ESS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6.3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따냈다. 올 3분기 ESS 부문에서 지난해 대비 20% 이상의 매출 성장도 기록했다. 삼성SDI는 ESS 사업 확대를 위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도입도 준비 중이다. SK온도 올해 초 ‘인터배터리2024’에서 ESS용 배터리를 선보이며 ESS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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