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PGA 투어 선수 캔디 쿵이나 크리스티 커를 기억한다면 당신은 올드 팬이다. 지은희(39)는 2009년 US여자오픈에서 이들과 겨루어 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 16년간 정글과 같은 LPGA 투어에서 살아남았다. 19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장에서 막을 내리는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끝으로 그는 은퇴한다.
경기 가평 출신인 지은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아버지는 남이섬 옆 북한강에서 중학생 딸에게 쇼트게임을 가르쳤다. 딸은 아버지가 타고 있는 보트를 향해 샷을 날렸다. 정교한 샷이 아니면 공은 물에 빠졌고, 아버지가 직접 물속에 들어가 공을 건져야 할 때도 있었다. 부담이 만만치 않은 훈련이었다. 한밤중 산속 무덤에서 샷 연습을 시킨 것처럼, 강심장을 만들기 위한 교육법이었다. 지은희는 이런 훈련을 이겨냈다.

2007년 지은희는 신지애, 안선주와 함께 KLPGA 투어의 '빅3'로 불렸다. 세 선수는 유달리 친했다. 같은 해 조건부 투어 시드를 받아 미국으로 진출한 그는 2008년 첫 우승을 거뒀고, 이듬해 US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2022년 뱅크오브호프 LPGA 매치플레이가 마지막 우승이었다. 통산 6승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조로 현상'이 있다는 말이 있다. 지은희는 32세에 한국 선수 중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고, 한국 선수 중 맏언니로서 7년을 더 활약했다.
JTBC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지은희는 항상 골프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고 몸 관리도 철저히 한다.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으면서 의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필요하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해가 질 때까지 연습하는 자세가 10년이 넘도록 변함없었다. 자기 관리의 표본이다"라고 평가했다.
지은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아 월마트 LPGA 챔피언십 이후 조용히 혼자 은퇴하려 했는데, LPGA와 BMW 측에서 한국에서 은퇴전을 치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이 대회에 나오게 됐다. 축하를 받으니 기분이 좋다. 올해 공이 안 맞았는데 이번 주는 잘 맞는 걸 보니 부담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내일 마지막 라운드도 후회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로가 된 지 21년, LPGA 투어에 간 지 19년째다.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한동안 쉬다가 이후 계획을 생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해남=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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